'이주의 고전'으로 가장 놀라운 책은 포르투갈의 시인이자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의 <불안의 서>(봄날의책, 2014)다. 눈 밝은 독자라면 이름이 낯설지 않을 책일 텐데 <불안의 책>(까치글방, 2012)이라고 나왔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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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서>는 페소아의 유작 산문집으로 1982년에야 출간돼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하는데, 먼저 소개된 판본으로 <불안의 책> 소개에는 이렇게 설명해놓았다.
이 책의 원본은 페소아가 자필로 "Livro do Desassossego"라고 써서 한 덩어리로 묶어놓은 것을 바탕으로 연구자들이 그의 원고를 모아 분류한 것이다. 이것은 페소아가 남긴 유일한 산문작품으로 대략 20년 동안 쓴 일기이다. 이 책의 포르투갈어 원서는 1982년에 처음으로 출판되었다. 포르투갈 원서의 출간은 비평계와 출판계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다. 엄격한 언어학적인 기준에 따라서 편집되었고, 강독하기 힘든 원본의 문제를 해결해준 필사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불안의 책>의 한국어판은 포르투갈 원서를 번역한 포르투갈 문학 연구자인 안토니오 타부키의 이탈리아어 판과 영어판을 참고하여 발췌, 번역한 것이다.
방대한 분량의 일기(원고)를 사후에 편집해서 낸 책인 만큼 딱히 정본이 있을 리 없다. 다만 분량들이 좀 다른데, 이번에 나온 <불안의 서>는 독어판을 바탕으로 배수아 작가가 옮겼고 <불안의 책>보다는 훨씬 두툼하다(<불안의 책>은 이탈리아어판을 옮긴 것이다). 그러니까 둘 중의 하나를 고를 필요는 없고, 그의 책을 고대한 독자라면 좋은 의미에서 '엎친 데 덮친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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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온 김에 적자면 작년에 '인문서가에 꽂힌 작가들' 시리즈로 이탈리아 작가이자 <불안의 서>의 이탈리어어판 편집자 안토니오 타부키의 책 세 권이 함께 나왔더랬는데, 일년만에 한 권이 더 추가됐다. <레퀴엠>(문학동네, 2014).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이탈리아 작가로 손꼽히는 안토니오 타부키, 그가 사랑한 포르투갈과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에게 바치는 오마주"라고 하므로 <불안의 서>와 짝이 잘 맞는다. 작년에 나온, 시인/작가들의 꿈에 대한 상상 <꿈의 꿈>(문학동네, 2013)에도 '페르난두 페소아의 꿈' 장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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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안의 서>로 돌아와서 책소개는 이렇다. '완역본'이라는 것은 독어판의 완역을 의미하는 듯하다.
포르투갈의 국민작가로 추앙받는 페르난두 페소아가 쓴 <불안의 서>. 짧으면 원고지 2~3매, 길면 20매 분량인 에세이 480여 편이 실려 있다. 흔히 명예, 성공, 편리함, 소음과 번잡함 등이 인정받는 현시대에, 페소아는 그와 정반대되는 어둠, 모호함, 실패, 곤경, 침묵 등을 자신의 헤테로님 베르나르두 소아레스를 통해 노래하고 있다. 차분하고 섬세하고 치밀하면서도 치열하게까지 느껴지는 페소아의 글들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에 삶에서 부닥치는 전반적인 주제들을 중심으로 고뇌하는 한 작가가 추구하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소설가 배수아의 완역본.
싱그러운 봄날이 오히려 뒤숭숭한 독자들에게는 특별히 더 반가울 법한 책이다. 봄날은 가더라도, 이런 책들에 파묻혀 가는 건 괜찮은 봄날이다...
14. 04.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