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갑자기 올라간 주말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국내, 국외 저자를 따로 고르려다가 국내 저자로만 세 명을 꼽는다. 한 명의 정치학자와 두 명의 국문학자다.

 

 

 

먼저, 정치학자 이삼성 교수의 <제국>(소화, 2014)이 출간됐다. 한국개념사총서의 하나로 나온 것인데, 분량이 여느 총서의 두 배다. 548쪽. 19세기 중반 이후 한반도에서 쓰인 '제국'이란 개념에 대해 아주 탈탈 털고 있는 책이란 느낌을 준다. 덕분에 전작인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2>(한길사, 2009)에까지 관심을 갖게 돼 뒤늦게 구입했다. 동아시아 질서와 국제관계에 대한 총체적 조명으로 읽을 수 있는 책. <제국>과 같이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문학자 정병설 교수도 신작을 냈다. 서울대 인문강의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죽음을 넘어서>(민음사, 2014). 공저로 나온 <18세기의 맛>(문학동네, 2014)에 연이어 나온 셈. <죽음을 넘어서>란 제목으로는 내용을 가늠할 수 없는데, 부제가 '순교자 이순이의 옥중편지'다. " 신유박해 순교자 이순이의 옥중편지는 여러 차례 연구되고 해석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풀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 책은 먼저 편지의 배경을 각종 사료를 통해 밝혀내고 이를 토대로 편지를 정밀하고 정확하게 해독한 다음 그 의미를 재해석했다."

 

 

 

바탕이 된 자료는 <한국천주교회사>에 수록된 이순이의 옥중편지다. <한국천주교회사>는 달레 신부가 1874년에 출판한 책인데, 놀랍게도 1980년에 번역판이 나왔고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죽음을 넘어서>를 읽다가 마음이 동하면 구입해볼 참이다. 어떤 책인가.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는 19세기 조선에 온 프랑스 신부들이 조선의 맨 밑바닥까지 들어가 선교하면서 프랑스의 천주교회에게 보낸 보고와 편지에 기초하여 편찬된 역사서다. 조선에서는 감히 말할 수 없었던 반체제적인 내용도 가감 없이 들어가 있는 등 조선에서 나온 자료들의 한계를 크게 보완하는 소중한 사료로서 조선시대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필독서다.

조선시대 문학을 공부하지 않더라도 19세기 조선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욕심을 내볼 만하다.

 

  

 

그리고 구비문학 연구자 신동흔 교수의 <살아있는 한국신화>(한겨레출판, 2014) 결정판이 나왔다. 2004년에 나온 초판을 대폭 보강한 개정판이다. 개정 과정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살아있는 한국 신화>는 초판에서 부족하고 아쉬웠던 부분을 채우고 강화했는데, 그 첫 작업으로 우리 민간 신화 원전들을 전체적으로 새로 살피면서 정리 대상 자료를 재선정했다. 이런 과정으로 이야기의 개수를 늘리는 한편, 가급적 원전에 충실하게 내용을 정리하여 신뢰성을 높였다. 주관적이거나 장황한 해석을 절제하면서 각각의 신화가 제기하는 핵심 화두를 펼쳐내는 데 주안점을 두어 신화에 대한 해석도 격상시켰다. 초판에 담은 20여 편의 신화들도 원전 선정에서 해석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런 방대한 보완 작업을 통해 초판에서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된 제대로 된 민간 신화 입문서로 <살아있는 한국 신화>가 태어나게 되었다.

그리스 신화 등 서양 신화에만 익숙한 젊은 독자들에게 말 그대로 '살아있는' 한국 신화의 전모를 소개해주는 책이 되겠다...

 

14.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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