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분야의 '이주의 발견'도 골라놓는다. 오랜만에 나온 예술사회학 분야의 책이다. 오스틴 해링턴의 <예술과 사회이론>(이학사, 2014). '사회학적 미학의 길잡이'가 부제. 예술사회학과 사회학적 미학은 거의 호환적인 의미를 갖는 듯싶다.

 

 

저자는 영국 리즈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사회이론과 예술사회학 분야가 주 전공인 듯싶다. <예술과 사회이론>(2004)에 연이어 낸 책이 <현대 사회이론 입문>(2005)이다. <예술과 사회이론>도 이 주제의 입문서라고 보면 되겠다(역자에 따르면 대학원 세미나의 교재로 쓰였다 한다). 어떤 책인가.

예술과 사회를 둘러싼 여러 쟁점을 포괄적으로 다룸으로써 그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주장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입문서이다. 베버, 짐멜, 벤야민, 크라카우어,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부터 푸코, 부르디외, 하버마스, 보드리야르, 리오타르, 루만, 제임슨까지 예술의 사회적 위치, 미학의 사회적 의의 등을 중요하게 다룬 사상가들의 핵심 견해가 주로 검토된다. 이 책은 예술의 의미를 변화하는 문화제도 및 사회경제구조와 연관해 탐색할 뿐만 아니라, 미적인 가치와 문화정치학, 취미와 사회계급, 돈과 후원, 이데올로기와 유토피아, 신화와 대중문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 등 수많은 문제를 알기 쉽게 해명한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빅토리아 일렉산더의 <예술사회학>(살림, 2010)을 포함해서 '예술사회학'이란 제목의 책은 몇 권 나온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1980년대를 풍미했던 아르놀트(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창비)와 함께 자네트 월프의 책들이 떠오르는데, 마침 <예술과 사회이론>에도 월프에 관한 김문환 교수의 글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예술의 사회적 의미와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려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최적의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옮긴이의 주와 인명 및 용어 해설은 일반 독자의 접근을 좀 더 손쉽게 해줄 것이다. 또한 일찍이 ‘사회미학’이라는 용법을 제안한 바 있는 김문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발문 「사회학적 미학이란 무엇인가」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며, 부록으로 덧붙인 「미학과 예술사회학―자네트 월프의 경우」도 이 방면의 주요 저자인 자네트 월프의 우리말 번역서 세 권이 모두 절판된 상황에서 유용한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절판된 '세 권'은 <철학과 예술사회학>(문학과지성사, 1987), <예술의 사회적 생산>(한마당, 1988), <미학과 예술사회학>(예술과실천, 1994) 등을 말한다. 나도 이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모두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인상 깊게 읽은 기억은 없지만). 오스틴 해링턴의 책은 자네트 월프의 업그레이드 버전쯤 될까? 혹은 영국 예술사회학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14. 0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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