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우선 김우창 선생의 묵직한 저작이 출간돼 앞자리에 세운다. <깊은 마음의 생태학>(김영사, 2014). 작년 말에 나온 문학선 <체념의 조형>(나남, 2013)과 함께 나란히 꽂아둘 만하다.  

 

 

우리 인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학인, 김우창 교수의 최신작. 저자가 평생 학문의 주제로 견지한 반성적 사유와 성찰적 지혜가 마침내 닿은 곳은 바로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다. 이성에 대한 오랜 심미적 사유가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보다 집중적인 틀을 얻어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전혀 새로운 인문학-생태인문학을 탄생시켰다.

제목에서 바로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마음의 생태학>(책세상, 2006)을 떠올리게 되는데, 애초에 책의 근간이 된 강연 제목이 '마음의 생태학'이었지만, 베이트슨의 책 제목과 중복된다는 걸 발견하고 바꾼 제목이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설명이 머리글에 나온다(70년대에 책을 읽었지만 까맣고 잊고 있었다고).

 

 

겸사겸사 베이트슨의 책에도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된다. <마음의 생태학>은 민음사판(1990)으로 먼저 나왔었는데(내가 갖고 있는 판본이다), 책세상판은 개정 번역판이다.  

 

 

 

두번째는 불문학자이자 비평가 조재룡 교수의 비평집 <시는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14). 796쪽의 묵직한 분량이다. 주로 시론과 시인론, 시집 읽기로 구성돼 있다.  

프랑스 현대시를 전공한 불문학자로 한국 현대시에 대해 활발한 현장비평을 펼치고 있는 고려대학교 불문과 교수 조재룡의 평론집. 저자는 2011년에 첫 평론집 <번역의 유령들>을 펴낸 바 있지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첫번째 평론집은 개별 작품분석과 시인론 등 현장비평에 대한 글들보다는 번역과 비평의 접점을 추적하는 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리듬에 관한 세 가지 글'도 눈길을 끄는데, 저자는 리듬론의 주된 이론적 전거로 삼고 있는 앙리 메쇼닉의 <시학을 위하여1>(새물결, 2004)를 번역한 바 있고(미완으로 남았다) 전반적인 소개서로 <앙리 메쇼닉과 현대비평>(길, 2007)도 펴낸 바 있다. 시 비평의 이론과 실제가 어떤 것인지 두루 확인해볼 수 있겠다.  

 

 

 

그리고 일본의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를 읽는다>(도서출판b, 2014)도 확실하게 눈길을 끄는 책. 제목 그대로 주저인 <세계사의 구조>(도서출판b, 2012) 이후에 이루어진 좌담과 강연 등을 묶은 '보유'다. <자연과 인간>(도서출판, 2013)이 출간됐을 때 이미 예고됐던 책으로 두 종의 '서플먼트'라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마침 가라타니 고진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트랜스크리틱>과 <세계사의 구조>를 집중적으로 해설, 비평한 박가분의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자음과모음, 2014)도 이번에 나왔다. 가라타니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유용한 길잡이로 삼아도 좋겠다.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가라타니 고진을 읽었다는 저자('가라타니 키드'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의 세번째 책이다(<부르주아를 위한 인문학은 없다>와 <일베의 사상>이 먼저 낸 두 권의 책이다). 젊은 세대 가운데 가장 활발한 필력을 보여주는 저자의 한 명이다...

 

14. 0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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