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읽을 만한 책'은 급하게 골라놓는다. 3월도 3분의 1일이 지났으니 지각 페이퍼가 됐다(그래도 시간을 쪼개 쓰느라 이틀이나 걸렸다). 여러 모로 여유가 없어서인데, 읽을 책도 줄여야 하나 싶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쌀쌀하지만 곧 볕이 좋은 봄날이 오리라. 그때 더 읽기로 한다.

 

 

 

1. 문학예술 

 

정이현 작가가 고른 책은 <파리 리뷰>의 인터뷰집 <작가란 무엇인가>(다른, 2014)다. 군더더기 설명이 필요 없는 책. "이 책은 인터뷰를 통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작가론’이자 ‘창작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작가로 구성된 인터뷰어들은 때론 냉철하고 때론 사려 깊게, 공들여 준비한 질문을 던지고 대가의 답을 경청함으로써, 독자에게 깊은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소개한다.

 

내가 고른 책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의 즐거움>(느낌이있는책, 2014)이다. 예술분야는 분야별 안배를 하게 되는데, 오래만에 고른 음악 분야의 책이다. 책은 번스타인의 클래식 해설인데, "‘레니’라는 애칭으로도 불린 번스타인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함께 동시대를 양분했던 ‘스타 음악가’였다. 이 책은 번스타인이 지휘자였을 뿐만 아니라 솜씨 있는 클래식 음악 해설가이자 탁월한 음악교사였다는 걸 보여준다." 베리 셀즈의 평전 <레너드 번스타인>(심산, 2010)도 궁금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클래식 해설서로는 톰 서비스의 <마에스트로의 리허설>(아트북스, 2013), 이영진의 <마이너리티 클래식>(현암사, 2013)을 더 꼽을 수 있다. 국내서로 번스타인과 같은 명망 있는 지휘자의 해설서로는 금난새의 <클래식 여행>(아트북스, 2012)가 대표급이다. '바흐에서 번스타인까지 위대한 음악가 32인의 삶과 음악'이 부제.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미셸 파스투로의 <곰, 몰락한 왕의 역사>(오롯, 2014)와 홍윤철의 <질병의 탄생>(사이, 2014), 두 권이다. 질병과 문명의 관계를 다룬 황상익의 <콜럼버스의 교환>(을유문화사, 2014)도 거기에 더 얹을 수 있겠다.

 

 

3월이라 '맘잡고 공부'라고 작심할 분들도 많을 싶은데, 몇권의 '공부책'도 읽어볼 만하다. 이원석의 <공부란 무엇인가>(책담, 2014),  한재훈의 <서당공부, 오래된 인문학의 길>(갈라파고스, 2014) 등이 새로 나온 책이고, 조지 스웨인의 <공부책>(유유, 2014)은 이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책이다. 이원석의 책은 미리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붙인 추천사는 이렇다.

공부란 말에 미소 짓는 한국인은 드물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는 통념상 망언에 속한다. 시험공부와 취업공부가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의 통념이다. 이원석의 <공부란 무엇인가>는 그 통념을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공부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짚으며 저자는 "행복은 공부 순"이라고 말한다. 진정 나를 위한 공부란 세상을 위한 공부이기도 하다는 게 비결이다. 자기계발서 권하는 사회를 '거대한 사기극'으로 지목했던 저자는 이제 공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공부하는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당신도 공감한다면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아만다 리플리의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부키, 2014)와 HR 인스티튜트의 <로지컬 씽킹의 기술>(비즈니스북스, 2014)다. 거기에다 최근에 언급한 <기업은 어떻게 인간이 되었는가>(어마마마, 2014)도 같이 고른다. 기업의 법인화 과정과 그 파장을 다룬다.

 

 

 

몇 권의 사회학 책도 관심도서로 올려놓을 만한데, 엄기호의 <단속사회>(창비, 2014), 한병철의 <투명사회>(문학과지성사, 2014), 그리고 <감시사회>라는 제목이 붙었어도 무방했을 지그문트 바우만의 <친애하는 빅브라더>(오월의봄, 2014) 등이다. 모든 명명은 진단을 포함한다.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 주기적으로라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4. 자연과학

 

자연과학 추천서는 존 잉그럼의 <한없이 작은, 한없이 위대한>(이케이북, 2014)이다. "미생물의 이모저모를 다방면으로 살펴본다. 제목 그대로 한없이 작은 생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적절히 전문 지식을 곁들여서 재미있게 들려준다."

 

미생물보다 좀 큰 걸 다룬 책으로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의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갈매나무, 2014)도 흥미를 끄는 책이다. 부제가 '우주, 그 공간이 지닌 생명력과 파괴력에 대한 이야기'니까 미생물과 무관하지도 않다. 더불어 지식인, 과학자들의 에세이 모음 <미지에서 묻고 경계에서 답하다>(사이언스북스, 2013)도 일독해봄직하다. 자연과학쪽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진로 가이드 역할도 해주겠다. '앎의 한계에 도전하는 용감한 지식인들의 과학 이야기'가 부제.

 

 

5. 실용일반

 

이달의 실용서로는 성우제의 <폭삭 속았수다>(강, 2014)가 올라왔다. 제목으론 어림하기 어려운데, '성우제의 제주올레 완주기'가 부제다. "전직 기자인 저자는 스무날동안 26개 코스 425킬로미터의 올레코스를 완주했다. 그냥 걷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 길을 만든 사람, 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났다. 제주의 빼어난 풍광, 슬픈 역사, 다양한 풍습도 함께 만났다. 1만8000명의 신과 함께 공존하는 제주도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책이어서 제주올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가이드북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평이다. 이미 이달의 책으로도 꼽은 적이 있는 듯싶은데, 이 주제의 베스트도서는 서명숙의 <제주 걷기 여행>(북하우스, 2008)과 주강현의 <제주 기행>(웅진지식하우스, 2011)이다. 병독해도 좋겠다.  

 

 

 

0. 일본 난학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일본 난학'으로 정했다. 최근에 이종찬 교수의 <난학의 세계사>(알마, 2014)가 출간된 덕분인데, 알다시피 난학은 '에도시대에 일본이 네덜란드로부터 받아들인 서양 학문'을 가리킨다. 지난해에 이종각의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서해문집, 2013)가 출간됐고, 그보다 더 전에는 타이먼 스크리치의 <에도의 몸을 열다>(그린비, 2008)이 소개됐었다. '난학과 해부학을 통해 본 18세기 일본'이 부제인 책. 해부학에 대한 관심이 주도한 일본 난학의 형성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근대 학문의 특징과 성격에 대해서도 성찰해볼 수 있겠다.

 

14. 03. 1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이번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의 원작, 솔로몬 노섭의 <노예 12년>을 고른다. 영화가 계기가 돼 번역본이 무려 댓 종이나 출간됐다. 노예적 삶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기회가 된다면 영화를 먼저 보건, 책을 먼저 읽건 순서는 중요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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