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기 전 막간에 '이주의 발견'을 적는다. 쏟아지는 중국 관련서 가운데서도 제목 때문에 눈길을 주게 되는 쉬산빈의 <결혼을 허하노니 마오쩌둥을 외워라>(정은문고, 2014). '생활문서로 보는 중국백년'가 원제에 가깝지만, 번역서의 제목이 더 낫긴 하다. 책소개는 이렇다.
중국 제일의 문서수집가 쉬산빈, 그가 3천여 수집품 중 3백여 점을 골라 엮은 중국백년. 기존의 역사서들이 사건 중심이었다면, 이 책은 졸업장 한 장, 청첩장 한 장이란 아주 구체적인 증거로 그 사건이 속한 역사적 맥락을 짚어준다. 이 증거들은 오늘날 시각으로 봤을 땐 하나같이 희한하고 어리둥절하지만, 그것은 분명하게 존재한 중국 근현대 역사다.
고문서를 자료 삼은 책이라면 국내에서도 종종 출간되고 있는데, 작년에 나온 전경목 교수의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휴머니스트, 2013)나 한국고문서학회에서 펴낸 <조선의 일상, 법정의 서다>(역사비평사, 2013) 등이 대표적이다. 20세기 생활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책이 나옴직하다. 업자는 업자끼리 알아본다고, 쉬산빈의 책에 대한 전경목 교수의 추천사가 실감 난다.
이메일로 전달된 피디에프파일을 여는 순간! 이게 무엇인가? 첫머리에 있는 리전성李振盛 작가의 글부터 흥미로워서 도통 원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읽는 동안 연구실에 들랑거리는 학생과 동료 선생들로부터 방해받기 싫어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이틀에 걸쳐 다 읽었다. 그냥 읽을 수가 없었다. 책에 실린 문서 하나하나를 번역문과 대조하고 문서에 나오는 작은 글자 내용까지 모두 파악해가면서 꼼꼼하게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 쉬산빈 선생에 대해 매우 궁금해졌다. 고문서 연구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러한 책을 쓰고 싶어 하니까. 그러나 이런 작업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몸과 마음의 수고야 말할 것도 없고 재력과 정신력 등을 모두 쏟아야 겨우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쉬산빈 선생은 가산을 탕진했다고까지 말하지 않았던가.
가산을 탕진해가며 쓴 책의 책값이 2만원 남짓이면 독자로선 꽤나 저렴하다고 할까. 중국 현대사의 보조자료로 쏠쏠히 읽어봄직하다. 원서의 표지는 이렇다.
14. 03.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