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분야의 세부 범주 가운데 '사회운동' 혹은 '시민운동' 파트가 있다. 이 분야의 책들도 알게 모르게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이번주 신간 가운데는 프랑스 기자 베네딕트 마니에의 <백만 개의 조용한 혁명>(책세상, 2014)이 거기에 속한다. "신자유주의 체제에 삶이 파괴되고 공익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중단된 상황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름 없는 시민들의 연대기"라고 소개되는 책이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시민인 그들이 ‘나’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움직임들은, 점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면서 ‘우리 모두’가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세상을 만드는 조용하지만 위력적인 혁명들로 진화해왔다.

 

 

이 책의 저자이자 AFP의 경제·사회 문제 전문 기자 베네딕트 마니에는 오래전부터 전 세계 시민사회에서 조용히 일고 있는 이 같은 움직임들에 주목해왔다. 이 움직임들은 관 주도의 ‘운동’도 아닌 데다 특정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뒷받침을 받지 못했는데도 가히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던 농촌은 다시 신록으로 우거지게 되었고, 실업이 만연하던 많은 나라들에는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고질적 가난과 기아로 괴로움을 당하던 이들은 더 나은 생활을 하며 배를 곯지 않고, 다국적기업들에 초토화된 지역 경제는 다시 부흥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국가나 거대 기업이 해낸 일들이 아니다. 무명의, 평범한 시민들이 해낸 일이다.

이런 멋있는 문구로도 소개된다. "'어제의 세계'에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사회, 경제를 제안하는 21세기 세계 시민 백과사전'.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영감과 통찰을 전해줄 만한 책이다.  

 

 

 

같은 범주의 책으로 조지 제이콥 홀리요크의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혐동조합>(그물코, 2013)은 협동조합운동의 고전으로 "영국 랭커셔 주의 작은 마을 로치데일에서 노동자 28명이 28파운드를 가지고 만든 세계 최초의 소비자협동조합이며, 국제협동운동의 기본원칙으로 지금도 계승되고 있는 ‘로치데일 원칙’을 확립한 로치데일공정선구자협동조합의 기록"이다. 마크 윈의 <협동으로 만드는 먹거리 혁명>(따비, 2013)은  다국적 식품·농업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먹거리 산업체계에서 '먹거리 민주주의'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색하는 책이고, 니시무라 이치로의 <살아 숨쉬는 마을 만들기>(알마, 2013)는 일본의 미나미의료생협을 소개하는 책이다. "시골의 낡고 작은 진료소에서 시작했던 작은 의료생협운동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했고 지금에 이르렀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거기에 국내서도 몇 권 더 얹자면, 이경선의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들>(뜨인돌, 2013)은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SEWB)에서 실무자로 활동했던 글쓴이가 그 동안의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적정기술의 현주소를 짚어 보고 나아갈 방향을 밝힌 책이다." 하승수, 서형원의 <행복하려면 녹색>(이매진, 2014)은 제목에 이미 저자들의 주장이 다 포함돼 있는데,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인 하승수 변호사와 녹색당 풀뿌리정치지원단장인 서형원 과천시의회 의원은 행복하지 못한 한국에서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탈성장’과 ‘녹색’이라고 강조한다. 생태적 지혜, 사회정의, 풀뿌리 민주주의, 비폭력 평화, 지속 가능성, 다양성 옹호라는 기본 가치를 존중하는 녹색당을 통해 다른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녹색당원말 읽으라는 책은 아니다.

 

'대안의 영토를 찾아가는 한국의 사회 혁신가들'을 다룬 <우리에게는 또 다른 영토가 있다>(알렙, 2014)도 대안사회운동의 한 사례로 눈길을 끈다.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사회 혁신가들 17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개는 이렇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가들의 현재 화두와 쟁점을 살피고, 이들이 일구어가는 희망과 대안, 그리고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이야기하고 있다. 공저자인 송화준(사회적 기업가 포럼 대표)과 한솔(사회적 탐험가 네트워크 운영자)은, 강성태, 김정태, 도현명, 최장순, 한동헌 등 청년 사회적 혁신가들뿐만 아니라, 김종휘, 정선희, 조한혜정, 전효관 등 1세대 활동가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임팩트 비즈니스(선한 영향력)라는 새로운 가치를 말하고자 한다.

'백만 개의 조용한 혁명'은 이러한 운동과 흐름을 뭉뚱그려주는 말로 적합해보인다...

 

14. 0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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