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나온 시리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워크룸프레스'란 출판사에 새로 시작한 문학총서 '제안들'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꿈>과 조르주 바타유의 <불가능>이 모두 눈길을 끌지만 개인적으로는 토머스 드 퀸시(1785-1859)의 <예술분과로서의 살인>이 '발견'이었다.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이 고백>(시공사, 2010)이 나왔을 때 알게 된 책이고 궁금해하던 터였다. 아편쟁이도 모자라서 살인까지?
저자는 19세기 전반기를 살았던 영국의 가난한 문필가다. 치통 때문인지 위장병 때문인지 1804년부터 아편을 복용하기 시작했다가 인생의 절반을 중독자로 보내게 된다. 1821년에 '자전적 스케치'로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을 잡지에 발표하고 이듬해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이 책이 보들레르에게 큰 영향을 준 걸로 돼 있는데, 보들레르는 이 <고백>과 그 속편 격인 <심연에서의 탄식>(1845)에 상세한 주석을 달아 프랑스어로 번역했으며, 이에 영감을 얻어 <인공낙원>을 쓰기도 했다 한다(우리에겐 소개돼 있지 않으니 그림의 책이지만). <고백>과 <탄식> 사이에 발표한 <예술분과로서의 살인>(1827)은 어떤 책인가.
1811년 12월, 영국 런던 심장부 이스트엔드에서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선원이었던 존 윌리엄스가 벌인 두 건의 살인은 개인이 아닌 서민 일가족을 몰살하는 지경이었다. 그가 일말의 배짱만 부리지 않았다면 두 건 모두 완전 범죄에 속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범죄 직후 호기롭게 제 숙소로 향한 이의 결말은 자살이었다. 수감된 직후, 존 윌리엄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대의 영국 문필가 토머스 드 퀸시는 이 존 윌리엄스 연쇄살인 사건에서 특별한 미덕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의 탁월한 발견에 대한 몇 편의 글을 잡지에 기고했다. 드 퀸시의 매혹적인 에세이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은 이렇게 생명을 얻었다.
보들레르 전집이 근간인 걸로 아는데, <인공낙원>도 빨리 소개되면 좋겠다. 프랑스 시인, 작가들의 해시시(인도산 대마) 체험담을 묶은 <해시시 클럽>(싸이북스, 2005)이 출간된 바 있지만 일찌감치 절판된 상태다...
14. 02.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