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들의 서평집 '철학자의 서재' 셋째 권이 출간됐다. <세상의 붕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알렙, 2014). 처음 나온 두 권이 <철학자의 서재>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던 데 견주면 남다른 '자세'가 느껴진다. 소개는 이렇다.

 

 

<철학자의 서재> 시리즈 3권에서는 63편의 “철학자들의 쓴 소리· 흰소리”가 담겨 있다. 모두 책을 소개하는 글들이다. 실용적 독자들로서는 이 책만 대충 읽어도 63권의 책을 읽은 효과를 얻을 것이다. 이른바 “읽은 척 매뉴얼”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알려주기로는 최적이다. 또, 철학자들은 어떤 책을 주로 읽는지 알 수 있는, “훔쳐 읽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 책의 운명이 ‘실용적 차원’에 머물기만을 바라지 않는다. 저자들은 여기에 소개하는 책들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의 현재적 삶의 운명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운명에 대한 상상을 해보라고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용적' 독자들뿐만 아니라 '비실용적' 독자들까지 겨냥한 남다른 '자세'라고 할까. 프레시안에 연재될 때 가끔씩 읽어보기도 하지만, 이렇게 모아놓고 읽어야 제 격이고 제 맛이 난다. '서평집이라면 질색이야'라는 독자가 아니라면 유익한 가이드북으로 활용할 만하다.   

 

 

 

셋째 권이 갖는 의미 때문에 격월간 <말과 활>(3호)도 떠올리게 된다. 창간호 이후 여하튼 순항하고 있다. 박정희를 표지로 한 3호에서는 "구체적으로 한국의 정치 현실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논의를 확장하고 있다. 그것은 '박근혜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연속기획의 주제로 연결된다." 좀더부연하면 "한국 민주주의의 근원적 한계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장질서와 이를 유지하고 보존시키는 민주주의라는 지배적이고도 상징적인 정치체제를 해체하고 지금과는 다른 민주주의를 발명할 것인가 하는 모색"이다. 연휴의 읽을 거리로 이 정도는 장만해둘 만하다.

 

 

그런가 하면 '만화로 읽는 21세기 인문학 교과서'도 3권이 나왔다. '앨빈 토플러'나 '노암 촘스키'까지는 당연하다 싶었는데, 놀랍게도 이번엔 '토마스 만'이다. <토마스 만의 생각을 읽자>라니! '인문학은 미래의 성공과 번영의 열쇠이다'라는 기획의 말은 장삿속으로 여겨지지만, (아무래도 청소년을 겨냥한 책에서) 토마스 만을 다룬다고 하니까 뜻밖이고 궁금하기도 하다. 그저 작품세계에 대한 소개 정도일까?

 

 

 

'읽자'라고 하니까, 읽는 김에 <토마스 만 단편집>이나 <마법의 산>(<마의 산>) 정도도 읽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고등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다. 올 겨울이 가기 전이면 더 좋겠고.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읽을 만한 책이 이번 주에도 몇 권 더 나왔다. 겨울방학이 끝난 학교도 있지만 곧 봄방학도 있으니 시간이 부족한 건 아니다. 김경집의 <청춘의 고전>(지식너머, 2014),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편, <10대에게 권하는 인문학>(글담출판사, 2014), 그리고 이은애 '경찰관'의 <관점의 힘>(생각학교, 2014) 등이다. 흠, 이런 건 '방학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쯤 될 듯싶다...

 

14.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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