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무렵에 케이크 한쪽을 먹은 탓에 취침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는 건 맞지 않는 말이고 평소대로 늦어지고 있다). 해가 바뀔 때 보통 느껴지는 약간의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올해 첫 주문서를 골라봤다(이런 습성은 해가 바뀌어도 안 바뀌는군). 날짜로는 11월에 나온 걸로 돼 있는 츠베탕 토도로프의 <환상문학서설>(일월서각, 2013)이 내가 고른 책이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3474/22/cover150/8974402572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394/87/cover150/4488070272_1.jpg)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환상문학에 대한 최초의 시학적 접근으로서 유용한 통찰을 제시하는 이론서다. 문학 강의 때 곧잘 인용하기도 하는데, 내가 읽은 건 토도로프 저작집 가운데 하나로 나왔던 <환상문학 서설>(한국문화사, 1996)로 <덧없는 행복>과 합본이었다. 물론 지금은 절판된 상태인데, 이전 번역본이 일어 중역본으로 짐작되는데 반해서(일어본 제목은 <환상문학론 서설>이다. 영어본 제목은 <환상적인 것>) 이번에 나온 건 불어본을 직접 옮긴 거라 다시 주문해서 읽어본다고 해도 욕심은 아니다(불어본 제목은 <환상문학 입문>이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4/40/cover150/8973001388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40/83/cover150/6000074694_1.jpg)
불가리아 출신으로 러시아 형식주의를 프랑스에 전파한 중개자이면서 그 자신 구조주의 문학이론의 주요 대표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한 토도로프의 책은 <구조시학>(문학과지성사, 1987)을 필두로 하여 한때 많이 소개됐었지만, 지금은 상당수가 절판된 상태다. <환상문학 서설>도 그렇게 잊혀진 책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나온 건 뜻밖이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1827/26/cover150/898371414x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286/76/cover150/1843543605_1.jpg)
후기 토도로프는 관심을 더 확장하여 타자의 문제, 전체주의와 기억의 문제 등을 다룬 책들을 여럿 내놓았다. 국내에는 재작년에 소개된 <민주주의 내부의 적>(반비, 2012)이 정치체제에 대한 그의 인문적 성찰을 담은 책이었다. 거기에 더 얹어서 20세기에 대한 성찰로서 <희망과 기억>, <전체주의 경험> 등도 소개됨직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어디에선가 인용된 걸 보고 <희망과 기억>을 구입한 기억이 난다.
![](http://jmdinh.net/wp-content/uploads/2009/12/t_todorov_circulo_de_lectores_web.jpg)
1939년생이라 토도로프는 올해로 75세가 됐다. <환상문학서설>은 1970년에 나왔으니 그가 아직 생생하던 31세 때 펴낸 책이다. 그리고 어느덧 이젠 원로 비평가이자 인문학자다. 아직 정정하다면 그의 '만년의 양식'은 어떤 것이 될지 궁금하다...
14. 01. 01.
![](http://image.aladin.co.kr/product/8/63/cover150/8932009074_1.jpg)
![](http://image.aladin.co.kr/product/608/7/cover150/8976417038_1.jpg)
P.S. 참고로 토도로로프가 환상문학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면서 가장 유력한 전거로 삼은 작품이 푸슈킨의 <스페이드의 여왕>이다(토도로프는 이 작품에 대한 도스토예프스키의 경탄을 인용하면서 환상문학에 대한 정의를 시도한다). 말하자면, 무엇이 환상문학인가란 질문에 답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