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밀어내기인지 두툼한 학술명저가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흥미로운 타이틀도 여럿 되는데, 오늘 주문해서 받은 건 드니 드 루즈몽(1906-1985)의 <사랑과 서구문명>(한국문화사, 2013)이다. '트리스탕 신화에서 시작된 서구 천 년 정념의 역사'가 부제. 저자는 스위스의 문화사가이자 사상가. 국적은 스위스였지만 유럽 연방주의자로 이름이 높다.

 

 

 

학술명저번역총서의 하나로 출간되긴 했지만 책은 학술서라기보다는 에세이다. 놀라운 건 책이 1939년에 출간됐다는 것. 1938년에 썼으니 32살에 완성한 책이다. 그리고 무려 일곱 번째 책이다. 전 생애에 걸려 수십 권의 책을 쓴 다작의 저자이기도 하다. <사랑과 서구문명>이 국내엔 처음 소개되는 책이지만.

 

 

견줄 만한 책으로 얼른 떠오르는 건 크리스테바의 <사랑의 역사>(민음사, 2009/1995)다. 국내에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각기 다른 두 종의 번역본이 있다. 기획중인 책과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겨울 독서거리로 삼을 참이다.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사랑과 서구문명>은 중세유럽의 기사도 문학의 걸작인 <트리스탕과 이죄>(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사랑을 이야기한 서구 중요 문학작품을 거쳐 20세기 중엽의 헐리우드 영화까지 다룸으로써 사랑과 그 근저에 자리 잡은 정념을 분석한다. 정념의 논리와 변천과정을 풍속사, 전쟁사, 종교사까지 확대하여 전통 가톨릭과 이단의 경계를 넘나들며 위험한 생각으로 간주되던 정념의 본질을 파헤친다. 

 

 

그 <트리스탄과 이죄>(혹은 <트리스탄과 이졸데>)도 요즘 번역본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예전에 구한 책도 소재를 알기 어려워 다시 구입해야 할 처지인데, 예전 번역본이 <해설이 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와우라이프, 2011)란 제목으로 나와 있다. 원작에 해당하는 고트프리트 폰 슈트라스부르크의 <트리스탄>(지만지, 2011)은 다행히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영어본을 구해서 같이 읽어봐야겠다. 어쩌면 바그너의 오페라에도 관심이 뻗어갈지 모르겠다...

 

1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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