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연말이어도 나올 책은 나온다. 스테디한 저자도 있고 오랜만이어서 반가운 이름도 있다.

 

 

 

먼저, 사회학자 김동춘 교수의 <전쟁정치>(길, 2013). '한국정치의 메커니즘과 국가폭력'이 부제다. 먼저 나온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사계절, 2013)과 같이 진행한 작업의 결산으로 저자에 따르면 "두 책 모두 지난 10여 년 동안의 나의 활동과 고민을 정리한 것이다. 다음 작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매듭짓기라고 볼 수 있다." 시작은 <전쟁과 사회>(돌베개, 2006/2000)였겠다. 올해 나온 두 권은 주로 저자가 지난 2006-09년 동안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을 통해 겪은 다양한 체험과 기록, 현장 방문을 토대로 집필한 것이다. 집필 의도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국가가 국민을 오직 복종해야 할 존재로 만들고, 지배자들이 설정한 틀에 맞지 않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 가혹한 폭력을 행사한 결과 얼마나 많은 무고한 국민들이 고통 받았는지를 보여주고, 이러한 국가폭력의 다양한 메커니즘과 그 결과가 현재까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핵심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이다. 안보와 치안을 빌미로 국가폭력이 일상화된 한국사회의 실상 분석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이다. 예상컨대 2014년에도 우리는 전쟁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전쟁정치>는 2014년을 여는 책이기도 하다.  

 

 

 

철학자 김진석 교수의 '소내론'도 아주 오랜만에 나왔다. <소외되기-소내되기-소내하기>(문학동네, 2013). 이게 시리즈라면 <포월과 소내의 미학>(문학과지성사, 2006) 이후 7년만이다. 시작은 <소외에서 소내로>(개마고원, 2004)였다. '포월'이나 '소내'라는 개념은 저자의 고안이다. '철학은 개념의 발명'이라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정의를 적용하자면 저자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철학자가 아닐까 싶다. 비록 널리 쓰이는 개념어로 정착되진 않았지만. 소개는 이렇다.

저자는 자연권 사상과 사회계약론에서부터 전개된 소외론의 발생과정과 그 역할에 주목하면서, 이후의 역사에서 주체가 겪는 문제를 ‘소내’라는 새로운 철학 용어로써 명명한다. 근대 이후 자유와 더불어 안전과 위험마저 관리되고 통치되는 사회에서, 이제 주체에게 더이상 바깥은 없다. 오늘날 주체에게는 자유를 실행하면서 위험을 무릅쓰는 소내되기의 과정을 거쳐, 낯선 내부의 확장과 더불어 발생한 ‘극-소외’의 상황을 헤쳐나갈 ‘엉삐우심’의 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자유를 실행할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소내하기의 과정이다. 저자는 ‘소외되기-소내되기-소내하기’라는 새로운 언어를 창안함으로써, 이제까지 게으르고 진부하게 사용된 소외 개념을 극복하고 ‘소내’를 철학적 화두로 부각시켰다.

 

그리고 (영화배우가 아니라) 문화연구자이자 대중음악 평론가 신현준의 <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돌베개, 2013). '한국 대중음악을 읽는 문화적 프리즘'이 부제. 중간에 <레논 평전>(리더스하우스, 2010)이 껴 있지만 <빽판 키드의 추억>(웅진지식하우스, 2006) 이후로는 7년만이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 이름은 90년대 후반 록음악의 강력한 옹호자로서의 신현준이다.

 

 

 

<얼트문화와 록음악1,2>(한나래, 2006/2007)과 <록 음악의 아홉 가지 갈래들>(문학과지성사, 1997) 등이 당시에 나온 책이다. 관심분야는 아니었지만 이런 주제의 책들이 나온다는 게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 끝이 <입 닥치고 춤이나 춰>(한나래, 1998)였다(이 책은 제목의 끌림 때문에 구입했었다). 이제 보니 <날아라 밴드 뛰어라 인디>(해냄, 2000) 같은 공저도 냈다.

 

 

 

이후엔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살핀 <한국 팝의 고고학 1960>(한길앝, 2005), <한국 팝의 고고학 1970>(한길아트, 2005)도 이용우, 최지선과 함께 공저했다. 이용우, 최지선은 장호연과 함께 <오프 더 레코드, 인디 록 파일>(문학과지성사, 1999)을 같이 작성한 경력이 있다. 내가 받은 인상으로 출판 쪽의 '록 스피릿'은 이들과 함께 분출했고 흘러갔다.

 

신현준은 그 대표 저자인데 프로필을 보니 "2001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음악산업 시스템의 지구화와 국지화: 한국의 경우」를 써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3년부터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에서 연구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한 게 <글로벌, 로컬, 한국의 음악산업>(한나래, 2002)인 듯싶다. 한때 영화와 대중문화 관련서를 많이 내던 출판사 한나래도 신현준과 같이 기억되는 이름이다. 덕분에 90년대 후반의 기억도 덩달아 떠올라 몇가지 인상을 적었다... 

 

1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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