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주제로 한 책들이 붐을 타는 듯하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것처럼 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번주에 나온 책으론 강준만의 <감정 독재>(인물과사상사, 2013)와 크로티아계 미국 사회학자 스테판 메스트로비치의 <탈감정사회>(한울, 2014)가 눈에 띈다.
<감정 독재>는 강준만 교수가 공저를 포함해서 올해 펴낸 여덟 번째 책이다. 단독으로는 일곱 번째 책. 다작으로는 이제 독주 체제가 아닌가 싶은데, 매번 이슈를 포착하는 순발력 또한 놀랄 만하다('감정'도 '독재'도 요즘 실감나는 단어들 아닌가). 어떤 책인가.
강준만 교수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으로 ‘감정 독재’를 제시했다. 본디 인간은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속도가 생명인 인터넷과 SNS로 대변되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결과로 과거보다 더욱 견고한 ‘감정 독재’ 체제하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속도는 감정을 요구하고, 감정은 속도에 부응함으로써 이성의 설 자리가 더욱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는 감정 독재에 해당되는 50개 사례를 제시하는데,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것들이다.
감정에 관한 50가지 이론을 소개하고 있는 '감정이론 사전'으로 읽어도 좋겠다.
<탈감정사회>의 저자 메스트로비치는 '이주의 발견'의 값할 만한 저자인데, "사회이론과 뒤르켐 연구자이자 전쟁범죄 연구 전문가로, 검증받은 저자로 알려질 정도로 그 분야의 많은 출중한 저작들을 출간했다. 그중 가장 알려진 저작의 하나가 이 책 <탈감정사회>(1997)이며, 이 책 이전에도 <에밀 뒤르켐과 사회학의 개혁>(1988), <세기말의 도래>(1991), <뒤르켐과 탈근대문화>(1992), <야만적 기질: 탈근대 비판이론을 향하여>(1993), <서구의 발칸화>(1994) 등을 출간했다"고 소개된다.
여하튼 흥미를 끄는 책이어서 잠시 반가웠지만 책값을 확인하고 곧 유감스러워졌다. 무려 36000원이다. 어지간하면 책은 관심도서는 구입하는 편이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다. 원서도 그렇다. 소프트카바가 8만원대다. 보통 아주 적게 찍은 학술서일 경우에 그렇게 높은 가격이 매겨지는데, 아무래도 '대중성'은 없는 저자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어디서 공돈이 생긴다면 모를까 나중에 도서관에나 들어오면 빌려봐야겠다. 책값은 그렇다 치고, 무얼 말하는 책인가.
저자에 따르면 탈감정적 감정은 “죽은 또는 재생된, 또는 시뮬레이션된 감정”이다. 이 책은 감정 없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제조된 가짜 감정들로 충만하고 또 사람들이 그러한 감정을 소비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이러한 사회는 대립 없는 사회를 만들며, ‘탈감정적 인간’이 감정을 점차 행위에서 분리시켜 엄청난 파괴적 결과를 낳는다.
"제조된 가짜 감정들로 충만하고 또 사람들이 그러한 감정을 소비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은 흥미를 끄는 주제이지만, 장바구니에만 넣어두고 주문은 미룬다...
13.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