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의 <유년기와 사회>(연암서가, 2013)가 출간됐기에 '이주의 고전'으로 꼽는다. 찾아보니 80년대에 <아동기와 사회>란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번역본의 부제 자체가 '유년기의 사회적 의미를 다룬 발달심리학의 고전'이다. 예전에 세계사상전집에 <아이덴티티>가 포함돼 있곤 했는데, 지금 구할 수 있는 건 <청년 루터>(크리스챤다이제스트, 2000), 공저로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학지사, 2000) 등이다. 연구서로는 박아청의 <에릭슨의 인간이해>(교육과학사, 2010)가 있다. <유년기와 사회>는 어떤 책인가.

 

임상적 정신분석의 통찰과 문화인류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결합시킨 <유년기와 사회>는 아동 양육과 문화적 기능의 상호관계를 다루면서, 인간 행동의 동기가 되는 유년기와 성인기의, 그리고 현대와 고대의 요소들을 분석한다. 마거릿 미드로부터 “인문학 분야에서 유럽과 미국의 사고가 결합된 생생하고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책은 수많은 외국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유년기의 사회적 의미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고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장 제목이 '막심 고리키의 청소년기에 대한 신화'여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히틀러의 어린 시절에 대한 신화'도 다룬다). 이렇게 되면 관심도서가 아니라 필독서가 되기에.

 

 

현직 고교 교사로서 성장을 주제로 한 저작을 여러 권 번역한 송제훈 교사의 번역인데, 옮긴이 말에 이렇게 적었다.

‘인간 발달 8단계’나 ‘정체성의 위기’ 같은 개념들은 지금도 수많은 심리학 서적과 강의에서 인용되고 있다. 하지만 에릭슨의 발달 이론은 근본적으로 문화인류학과 역사학 그리고 개인의 총체적 삶에 대한 연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의 이론은 대학의 심리학 수업에서 맥락 없이 제시되고 암기되기에는 너무나 깊은 통찰과 넓은 지평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그가 임상을 통해 만난 많은 사람들의 사례와 미국의 두 인디언 부족에 대한 현장연구, 그리고 히틀러와 고리키의 삶을 개인적,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한 결과를 아우르고 있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에릭슨은 이러한 전체의 그림을 통해 완전하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근년에 책이 많이 나온 비고츠키와 함께 에릭슨도 독서목록에 올려놓는다. 그러고 보니 아동정신분석과 동화에 관한 책들도 최근에 몇 권 구입했다. 유년기로 다시 돌아갈 일은 없건만, 책들이 눈에 띄는 건 왜일까...

 

13.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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