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김만중의 <구운몽>을 고른다. 문학동네의 '한국고전문학전집'의 하나로 다시 나왔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는 학부 1학년 첫 학기에 쓴 첫 리포트가 <구운몽>에 대한 것이었다(평점도 괜찮았다). 그때 읽은 건 김병국 교수의 번역판이었는데, 그간에 새 번역본이 여러 종 더 출간됐고, 나도 네댓 종을 갖고 있다. 이번에 나온 건 정병설 교수가 옮긴 것이다. 정 교수는 이미 <구운몽도>(문학동네, 2010)를 펴낸 바 있다.


이미 친숙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왜 새로운 번역이 필요한가. 물론 작품에 대한 시각이 문제다. 그리고 고전이 고전으로서 의미를 갖는 건 언제나 다시 읽기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소개는 이렇다.
<구운몽>은 소설이다. 그것도 아주 재미난,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대중소설이다. 불교의 공(空) 사상을 빌려 삶의 덧없음을 극적으로 펼쳐 보인 철학소설도 아니고, 여덟 여인을 거느린 어느 호색한의 문란한 사생활을 다룬 도색소설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적 작품을 대체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 여기, 충실하게 오늘의 언어로 되살린 <구운몽> 결정판이 선을 보인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정병설 교수는 이번 <구운몽> 번역에서, 작품의 행간까지 읽어낼 수 있도록 매우 충실하게 내용을 복원하고, 오늘의 독자가 이질감 없이 읽어낼 수 있도록 현대적인 문장으로 다듬어냈다.
예전에 읽은 김병국 교수판은 절판되고 새로 두 종이 나왔는데, 일단 <현대역 구운몽>(서울대출판부, 2007)을 주문해서 오늘 받았다. 하드카바에 너부죽한 판형이어서 놀랐다.


원문 교주본이 따로 있고, 현대역과 원문 교주본을 합본한 책도 따로 있다(768쪽 분량의 소프트카바다). 이것까지 구입해야 할지는 아직 미지수라 보류한 상태이고, 다만 김병국 교수의 연구서 <서포 김만중의 생애와 문학>(서울대출판부, 2001) 정도는 구입하려고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읽히는 번역본은 송성욱 교수가 옮긴 <구운몽>(민음사, 2003)이다. 역시 세계문학전집판의 위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밖에 설성경 교수가 옮긴 <구운몽>(책세상, 2003)과 정길수 교수의 <구운몽 다시 읽기>(돌베개, 2010)도 갖춰놓을 만하다.


좀더 전문적인 연구서로는 설성경 교수의 <구운몽의 통시적 연구>(새물사, 2007)와 <구운몽의 비밀>(서울대출판문화원, 2012) 등이 있다. 국문학자들이 쓴 <김만중 연구>(새문사, 1990)도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한국 고전소설에 대한 관심은 얼마전 <춘향전>을 다시 읽으며 새롭게 갖게 됐는데, '다시 읽기'의 소득이 있으면 나중에 강의에서도 다뤄보고 싶다...
13.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