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 연구자 그렉 램버트의 <누가 들뢰즈와 가타리를 두려워하는가?>(자음과모음, 2013)가 출간됐다. 들뢰즈 관련서를 한동안 읽지 않았는데, 램버트의 책은 구미가 당긴다. 원저는 2007년에 나왔으며 제목은 번역본 그대로다. 그렉 램버트의 단행본은 처음 소개되는데, 그레고리 플랙스먼이 엮은 <뇌는 스크린이다: 들뢰즈와 영화철학>(이소출판사, 2003)에 그의 글이 포함됐었다. 램버트의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들뢰즈와 가타리가 함께 쓰고 ‘자본주의와 분열증’ 기획으로 잘 알려진 <안티 오이디푸스>와 <천의 고원>이 영미권에 번역 출간되었을 때 그들의 이론은 대학의 문학부 등을 중심으로 소개되자마자 각광받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열띤 호응이 단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같은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들뢰즈와 가타리가 문학과 정신분석, 정치에 대해 갖는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평가한다. 이전까지 들뢰즈와 가타리에 대한 평가는 이 분야의 주요 거물들, 즉 프레드릭 제임슨, 슬라보예 지젝,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 조르조 아감벤 등이 그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해석했느냐는 견지에서 이루어져왔다. 그렉 램버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은 표현 혹은 언어와 정치, 문화의 영역에서 자주 무시되어온 들뢰즈와 가타리의 화용론적 요소들을 도입하는 동시에 들뢰즈·가타리 사상의 수용사라는 측면에서 그들의 기획을 새로운 가치평가의 장에 열어두자는 데 있다.

 

사실 영어권에 들뢰즈 연구자는 무척 많다. 그럼에도 램버트의 책에 주목하는 것은 그가 <들뢰즈와 가타리 사전>(2013)까지 펴낼 정도의 공력을 갖고 있어서다. 그밖에 <새로운 사유의 이미즐 찾아서: 질 들뢰즈와 표현철학>(2012), <질 들뢰즈의 비철학>(2002) 등의 연구서를 갖고 있고, <질 들뢰즈의 비철학>은 나도 구했던 기억이 난다.

 

 

말이 나온 김에 들뢰즈 관련서를 더 언급하면, '리좀총서2'의 하나로 군지 페기오-유키오의 <생명이론: 들뢰즈와 생명과학>(그린비, 2013)이 최근에 나왔다. 같은 시리즈의 책으로 마누엘 데란다의 <강도의 과학과 잠재성의 철학>(그린비, 2009), 시미즈 히로시의 <생명과 장소: 창조하는 생명의 원리>(그린비, 2010)에 이어지는 것이다. 어떤 책인가.

다양한 인지 과학적 실험을 바탕으로, 생명의 체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생명을 바라볼 때 생기는 이원론적인 모순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무엇보다 들뢰즈 철학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저자의 설명, 그리고 칸토어의 대각선 논법 그리고 논리학 또한 깊게 이해하고 있는 저자가 분석하는 생명의 양상은 매우 독특하게 느껴지며, 독자들은 저자의 이러한 분석에 따라 생명이론은 과연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일본 쪽 연구자들이 특히 들뢰즈의 생명과학이란 주제를 열심히 파고드는 듯싶다. 사실 이 주제는 좀 전문적으로 여겨지는데, 들뢰즈에 입문하려는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어려운 감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좀 묵은 책이긴 하지만 로널드 보그의 <들뢰즈와 가타리>(중원문화, 2012; 새길, 1995)가 여전히 유효하지 않나 싶다.

 

 

보그의 책은 사실 <들뢰즈와 시네마>(동문선, 2006), <들뢰즈와 문학>(동문선, 2006), <들뢰즈와 음악, 회화, 그리고 일반 예술>(동문선, 2006)이 모두 출간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마 이 책들까지 구입해놓고 정작 읽진 못했던 듯싶다. 번역상태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지만, 여하튼 들뢰즈에 관한 참고문헌으로는 유력한 책들이다.

 

들뢰즈의 책들을 대부분 다른 장소에 보관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읽을 여력이 없지만 <누가 들뢰즈와 가타리를 두려워하는가?>에 마음이 동한다면, 책을 다시 챙겨오는 수고를 감수할 수도 있겠다. 사정이 그렇게 된다면 말이다...

 

1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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