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가운데 '사전' 항목이 있다면 나로선 두 권의 사전을 꼽고 싶다. 강준만의 <교양영어사전1,2>(인물과사상사)와 안정효의 <안정효의 오역사전>(열린책들, 2013).
사전인 만큼 둘다 만만찮은 품을 뽐낸다. <교양영어사전>은 1권이 861쪽, 2권이 800쪽, 도합 1661쪽 분량이며, '당신을 좋은 번역가로 만드는 깐깐한 번역 길라잡이'란 부제의 <안정효의 오역사전>은 832쪽이다. 물론 이런 책들은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없기에 집에 얌전히 모셔두어야 하는데, 나로선 책상까지 책더미인지라 거실 한편에 뉘어놓고 있다.
사전은 저술가라면 한번쯤 욕심을 낼 만한 분야다. '모든 지식의 집적'이니까. 백과사전은 아니더라도 주제별 사전 정도라면 도전해볼 수 있을 터이고, 두 막강 저자는 그렇게 했다. 어지간한 책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다. 사전 쓰기야 말로 말의 좋은 의미에서 글쓰기의 '막장' 아닐까. 이번에 나온 <교양영어사전2>의 머리말에다 강준만 교수는 이렇게 적었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책도 있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법한 <교양영어사전>을 출간한 게 2012년 10월이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건 아니었지만, 독자들이 보여준 반응은 나로선 결코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희망을 갖게 하고 좋은 자극이 되었기에, 이제 여기 제2권을 내놓는 게 아니겠는가.
나로서도 2권이 나오고서야 1권도 구입했는데, 그 반응이 '폭발적'이진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 우린 2권이 아니라 3권이나 4권을 손에 들고 있었을 테니까. 아무튼 요즘 다시 영어 독서력을 좀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좋은 자극을 주는 사전이다.
<안정효의 오역사전>도 마찬가지다. 일단은 사전이 나왔다니 사실이, 그것도 오역사전이 나왔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은 저자 아닌가. 소개는 이렇다.
번역의 대가 안정효가 선보이는 대한민국 최초의 오역 사전. 10년의 작업 기간, 3,000여 편의 영화 자료 수집, 2,000여 개의 오역 사례 수록이라는 수치가 보여 주듯, 이 한 권의 책에는 번역 대가의 40년 가까운 경험이 집약되어 있다. 저자 안정효는 국내외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이자, 수많은 해외 명작들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이며, <헐리우드 키드>로 유명한 영화광이다. 이런 그가 오랜 시간 갈고닦아 온 문장론, 번역 노하우, 그리고 영화 지식이 이 한 권의 책에 집대성되었다.
그러고 보니 책으로는 묻힌 감이 있는데, '헐리우드 키드의 20세기 영화 그리고 문학과 역사' 시리즈(전7권)도 다시금 생각난다(<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도 원작은 절판된 지 오래고 현재는 시나오리만 남아 있다). 벌써 나온 지가 10년이 넘어간다. 절판되기 전에 구해놓아야겠다(물론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꽂아놓을 공간이 없다는 게 문제다).
생각난 김에 놓치기 아까운 책도 한권. 안정효 선생이 공역/감수한 <세계영화연구>(현암사, 2004)가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영화학 필독서의 하나(원제는 '영화학 옥스포드 가이드'). 흠이라면, 언젠가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공역자들 탓인지 번역이 깔끔하지는 않다는 점. 그럼에도 물론 소장가치가 있다. 이 참에 원서랑 같이 구입해볼까 한다. 이런 책들을 써보려는 욕심에 비하면 소장하려는 욕심은 사소한 축에 속한다...
13. 12.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