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전공자들에겐 친숙한 이름일지 모르겠지만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는 최근에야 알게 됐다. 물론 그의 책이 출간됐기 때문인데, 건축분야의 고전을 소개하는 'ag클래식'의 첫권으로 나온 <영원의 건축>(안그라픽스, 2013)이 그것이다. 절판됐지만 그보다 먼저 <건축, 도시 형태론1,2>(태림문화사, 2010)가 나왔었고, 공저로는 <패턴 랭귀지>(인사이트, 2013)가 소개돼 있다. <패턴 랭귀지>는 무려 1158쪽에 달하는 책이다. 그 <패턴 랭귀지>의 철학적 배경을 제공하는 책이 바로 <영원의 건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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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건축가이자 건축 이론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가 1979년에 쓴 이 책은 건축과 건축물, 그리고 도시계획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담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버클리의 환경구조센터가 펴낸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패턴 랭귀지」와 「오리건대학교의 실험」의 철학적 배경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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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는 ‘패턴 언어’의 개념을 제시한다. 패턴 언어의 기본 아이디어는, 건축물을 설계할 때 자주 등장하는 동일한 형태의 설계 내용이다. 이런 것들을 하나의 언어로 보고 다른 건축물을 설계할 때 이 패턴 언어를 재사용하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철학적 배경'을 제공한다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지만 <영원의 건축>은 마치 현자나 구루의 책처럼 읽힌다. 왜 그런지는 아래의 소개를 읽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원의 건축>은 건축 책으로서는 흔치 않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산문시나 경전 같은 통찰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혹자는 이 책을 건축 책이 아니라 건축을 사례로 이용한 철학책으로 보기도 한다. 이처럼 시류에 얽매이지 않는 특성 때문에 이 책은 출간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건축비평 분야에서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이 다른 건축 서적과는 달리 수십 년 동안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그저 스타일 때문만이 아니다. 이 책에는 단순하면서도 시간을 초월한 진리가 담겨 있다. 이 진리는 특별한 깨달음을 통할 필요 없이, 누구에게나 있는 자연스러운 언어의 힘을 따르면 얻을 수 있다.
지은이는 건축 전문가나 대규모 개발업체가 주도하는 오늘날의 건축 행태가 인간의 본성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개탄한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이 사람과 멀어진 채 기능과 스타일에만 치중한 건축물에서, 사람들은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건축은 영원하지 않다. 이 책은 패턴 언어가 만들어줄 조화로운 세상을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잠언처럼 아름답게 묘사한다. 글을 읽다보면 이 책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떻게 건물을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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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지만, 건축철학 내지는 건축가를 위한 철학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부추기는 책인데, 안 그래도 '건축가를 위한 철학'(Thinkers for Architects) 시리즈의 <하이데거>(스페이스타임, 2013)가 최근데 재번역돼 나오기도 했다. 이 주제의 책들도 조금씩 모아놓고는 있는데, 언제쯤 여유를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군...
13. 12.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