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이번 주에도 국내 저자로만 골랐다. 먼저 국문학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천정환 교수의 신작 <자살론>(문학동네, 2013)이 나왔다. '고통과 해석 사이에서'가 부제.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푸른역사, 2013)와 <1960년을 묻다>(천년의상상, 2012) 등의 화제의 공저를 펴낸 저자의 단독 저서다. 문제의식은 이렇다.
대한민국 국민은 전 세계에서 자살할 확률이 가장 높은 ‘가장 우울한’ 국민이다. 한국사회에서 자살은 웬만한 유명인의 것이 아니고서야 딱히 놀랄 만한 사건도 아니게 돼버렸다. 2013년 11월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8년째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중이며, 한국 10~30대의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또한 자살이다. 그러나 이런 팩트조차 이제 더이상 충격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둔감해진 것일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되고 말았을까. 이 책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자살의 성격과 원인,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는 문화적 표상 방식 등을 과거로부터 계보화해 추적하면서, ‘지금-여기’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자살들과 그것을 둘러싼 문제상황을 섬세하게 돌아보며 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성찰하기를 청하고 있다.
사실 자살율 세계 1위인 국가에서 의당 많이 연구됐어야 할 주제인데,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자살론>이 물꼬를 터줄 것을 기대된다.
두번째는 원로 수학자 안재구 선생. 통일운동가이기도 한 그의 회고록 <끝나지 않은 길>(내일을여는책, 2013)이 두 권으로 분권돼 나왔다. 2011년부터 인터넷언론 통일뉴스에 2년간 연재한 것을 묶었다고 한다.
1933년에 태어난 저자는 <끝나지 않은 길>에서 1945년 8.15해방 시기부터 시작해 1952년 4월 대학 입학까지를 다루고 있다. 출생부터 8.15해방 시기까지 일제 식민지 시대 저자의 삶에 대해서는 <할배, 왜놈소는 조선소랑 우는 것도 다른강?>(돌베개)이라는 책으로 1997년 10월에 출판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이른바 '구국전위' 사건으로 한창 재판을 받고 있던 시기에 쓴 글을 모은 것으로 당시 저자의 작은딸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편집해서 출간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출간하는 <끝나지 않은 길> 1, 2권은 옥중에서 편지로 쓴 책 <할배, 왜놈소는 조선소랑 우는 것도 다른강?>을 이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다행히 <할배, 왜놈소는 조선소랑 우는 것도 다른강?>(돌베개, 2002)는 아직 절판되지 않아서 이어서 읽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안재구 선생은 E. T. 벨의 <수학을 만든 사람들>(미래사, 1993/2002) 역자로 처음 알게 됐다. 그 이후에 따로 저자의 책을 읽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회고록을 통해서 통일운동가로서의 면모까지 확인해볼 수 있을 듯하다. 어떤 고초를 겪은 분인가.
경북대, 숙명여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미분기하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학문의 길을 걸어왔던 안재구 교수는 박정희 유신정권에 맞서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길에 나섰고, 이후 통일운동에 헌신하면서 두 차례나 사형선고를 받는 등 15년에 걸쳐 영어(囹圄)의 고초를 겪은 바 있다.
유신정권에 맞서 수십 년 전에 반독재 투쟁에 나섰것만 유신 '시즌2'가 임박했다는 작금의 상황은 '회고'란 말을 무색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끝나지 않은 투쟁'이다.
철학교사 안광복도 이주의 저자다. '철학교사 안광복이 고른 청소년 책'을 부제로 단 <성장을 위한 책읽기>(학교도서관저널, 2013)가 출간돼서다. <철학자의 설득법>(어크로스, 2012)과 <철학에게 미래를 묻다>(휴머니스트, 2012)가 작년에 나온 걸 고려하면 올해는 소출이 적은 편이지만, 꾸준함은 여전하다.
청소년의 마음을 읽는 강연과 철학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집필해 온 저자 안광복은 다독가이다. 저자는 청소년과 함께하는 선생님의 관점에서 철학을 전공한 저자의 관점에서 청소년 책을 수도 없이 읽고 기록했고, 이를 <기획회의>에 연재했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서평을 문학, 역사, 철학, 사회, 과학, 생활 습관, 예술의 순으로 정리했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저자의 종횡무진 독서 이야기는 청소년과 학부모, 선생님에게 독서가 왜 중요한지,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로서 목록을 한번 살펴봐야겠다...
13.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