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국내 저자만으로도 거뜬히 다섯 손가락은 꼽을 수 있는데, 그중 세 명을 골랐다.

 

 

 

먼저, 문명교류학자로 '실크로드학'의 대가 정수일 선생. 그가 엮은 대저 <실크로드 사전>(창비, 2013)이 출간됐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저작. <실크로드학>(창비, 2001)의 뒤를 잇는 중간 기착점이라고 할까. 아직도 많은 여정을 남겨놓고 있다지만, 길은 확실히 보이는 듯싶다. 저자가 독보적으로 열어젖힌 길이다. 어떤 길이고 어떤 책인가.   

이 사전은 표제어나 색인의 갯수 등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 수준일 뿐 아니라,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인 오아시스로, 초원로, 해로를 총체적으로 망라하여 환지구적 문명교류의 통로인 실크로드를 학문적으로 정립한 탁월한 연구 성과이다. 특히 이 사전은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 중국이라는 기존의 통설을 깨고 한반도까지 연장시킴으로써 우리의 문화적 위상을 드높일 뿐만 아니라 실크로드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편저자 정수일(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은 실크로드와 문명교류에 관한 다섯 권의 저서를 통해 ‘실크로드학’의 학문적 토대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4대 기행서 중 3권(<이븐 바투타 여행기>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오도릭의 동방기행>)을 역주(譯註)하고, 스스로 실크로드를 23차례나 답사해 두 권의 문명탐험서를 펴낸 실크로드와 문명교류 연구의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권위자다. 경상북도가 추진한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크로드 사전>과 더불어 <실크로드 도록>(경상북도․한국문명교류연구소)도 함께 발간되었다.

한 사람이 학자로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만하다.

 

 

미술평론가이자 특히 옛그림 해설가로 이름이 높은 손철주의 신간이 나왔다. <사람 보는 눈>(현암사, 2013). "미술평론가이자 명강사인 손철주가 사람이 나오는 우리 옛 그림을 골라 소개하는 책이다. 옛 사람들의 생김새와 매무새, 차림새와 모양새로부터 그 품새와 본새의 알짬을 읽어내는 저자의 눈썰미가 남다르고 흥겹다."

 

이미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와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등의 저서로 말발 못지 않은 글발을 자랑한 저자이지만, 내가 저자를 '발견'한 건 <옛 그림 보면 옛 생각난다>(현암사, 2011)을 통해서였다. 자신의 문체를 갖고 있는 평론가를 만나는 건 언제나 반가운 일인데, 손철주는 가장 맵씨 있는 문체를 가진 평론가가 아닌가 싶다.

 

 

동양철학자 김시천의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책세상, 2013)도 눈여겨 볼 만하다. <철학에서 이야기로>(책세상, 2004) 이후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웅진지식하우스, 2006)과 공저 <번역된 철학, 착종된 근대>(책세상, 2010) 등을 펴낸 저자가 그간의 노장(老莊) 공부를 결산한 책. 향후의 펴낼 <장자 - 무하유지향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성인과 제왕>, <노자 - 혼돈으로부터의 탈주>로 이어질 4부작의 첫 책이라고 한다. 강신주판 노자/장자 해설과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저자는 노자와 장자를 어떻게 보는가. 

저자는 <노자>를 정치적 권력을 차지하려는 자들을 위한 기술적 지침서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며 반대로 <장자>는 정치적 권력을 차지하지 못한 지식인들을 위해 세상과의 불화를 해소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이해한다. 두 문헌이 이렇게 이질적임에도 <노자>와 <장자>는 ‘노장’이라는 말로 한데 묶여 실제와는 동떨어진 고정관념을 낳아왔으며, 이러한 고정관념에 일조한 주제들 중 대표적인 것이 노장을 대변하는 개념이 ‘무위無爲’라는 것, <노자>가 페미니즘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것, <장자>가 기술 문명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이해에 따르면 무위는 노장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간주될 만큼 노장의 독보적인 개념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삶과 연관되는 개념도 아니다. 

저자가 그려내는 노자와 장자의 새로운 모습이 완결되기를 기대한다...

 

13. 1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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