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은 학술고전이다. 일본의 중국학자 히하라 도시쿠니의 <국가와 백성 사이의 漢>(글항아리, 2013). 원제가 <한대(漢代)사상의 연구>로 "한대 사상사 연구의 필독서이자 최고의 연구서"로 인정받는 책이라 한다. 역자는 <동양을 만든 13권의 고전>(글항아리, 2011) 등을 공역한 김동민 교수. 책의 의의에 대해서는 이렇게 소개된다.

 

히하라의 <국가와 백성 사이의 漢>(원제는 漢代思想の硏究)은 한대 사상사 연구의 필독서이자 최고의 연구서로 인정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대 사상은 선진 유학의 변질이나 왜곡, 또는 신비주의적이고 미신적인 요소로 가득 찬 종교 신학으로 여겨졌고, 심지어 중국사상사의 암흑기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리쩌허우李澤厚는 진한秦漢 사상을 유학의 몰락으로 폄하하는 현재 학계의 풍토를 강하게 비판했는데(<중국고대사상사론>), 그것은 역으로 한대 사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반증한다. 이 책은 그러한 부정적 평가에 대해 반박하거나 또는 긍정적으로 옹호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저자는 기존의 선입견을 배제한 채 당시의 지배권력과 지식인들의 인식과 그들의 사상이 도출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특수성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삼아 시대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쟁했던 그들의 노력과 진지함을 매우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문적이긴 하나 한대사상 연구의 기념비적 고전이라는 책을 읽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강하는 기분이다. 찾아보니 진례가 엮은 <한대사상사전>(그물, 2013)도 최근에 나왔다. 소개에 따르면, "<하늘과 땅과 사람>, <유가의 학술>, <한대 유가의 성명 이론>, <유가의 인륜 질서>, <유가의 통과의례>, <유자들의 생활 규범>, <통치의 근간>, 이렇게 7개의 큰 주제 밑에 67개의 편목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1,014개 조목을 서술하였다." 약속이라도 한듯이 한대사상을 살펴보는 데 요긴한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된 것.

 

 

역자 이연승 교수는 한대 지식인 양웅 전공으로 <양웅: 어느 한대 지식인의 고민>(태학사, 2007)을 쓰고, 양웅의 <법언>(지만지, 2010), <방언소증1,2,3>(소명출판, 2012), 거자오광의 <사상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영남대출판부, 2008)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성실히 학문에 매진하는 연구자들 덕분에 읽을 거리가 많아졌다...

 

13.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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