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련서는 거의 매주 출간되고 있기에, 사실 관련 전공자라 하더라도 다 따라가기 어려워보인다. 나로서도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 가끔씩 따라가는 흉내를 내는 정도다. 최근에 나온 책들 가운데 그런 흉내를 유발하는 건 리쩌허우 담화록 <중국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글항아리, 2013)와 원톄쥔의 <백년의 급진>(돌베개, 2013)이다. 다행스러운 건 둘다 비교적 만만한 분량이라는 것.

 

 

중국 사상계의 거목이라는 리쩌허우(이택후)의 책은 국내에 적잖게 소개됐고 나도 대부분 갖고 있다. 절판된 <고별혁명>(북로드, 2003)만 뒤늦게 구한 탓에 서가에 꽂아두지 못했을 따름. 이번에 나온 담화록은 우리식으로 하면 인터뷰집인데, 자서전을 겸한다고 하니 리쩌허우 입문서라고 해도 좋겠다. 이런 책이다.

상하이의 작가이자 평론가인 류쉬위안이 2010년 10월 베이징의 리쩌허우를 찾아가 세 차례에 걸쳐 그의 학문역정과 철학체계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하는 좌담을 정리하여 펴낸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중국 철학”의 존재와 본질을 제시하고 그것이 서양의 철학적 사고방식과 갖는 근본적 차이점을 사유하게 한다. 또한 리쩌허우가 어떻게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학창시절 어떤 식으로 공부했으며, 격동하는 현대사 속에서 어떻게 시대를 내면에 갈무리했고, 주변의 학자와 출판사들과의 관계는 어떠했으며, 극좌와 극우의 양면 공격 속에서 어떻게 중국을 떠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밝혀 ‘자서전적’ 아우라도 빛낸다. 

중국을 떠났다고 돼 있는데, 그는 1992년에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갔고, 기억엔 그래서 나온 책이 류짜이푸와의 대화록 <고별혁명>이다(<고별중국>이라고 읽어도 되겠다). 여러 모로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더듬어보는 데 유익한 혜안을 제공해줄 걸로 기대가 되는 책이다.

 

 

 

'중국의 현대를 성찰하다'란 부제의 <백년의 급진>도 마찬가지다. "중국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혁신적 사상가 원톄쥔의 저작 최초 번역. 이 책은 총동원체제, 개혁개방 등 사회주의 중국이 지난 백년간 걸어온 과정을 반추해보고 '어떻게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현대화의 역사를 대할 것이며, 어떻게 적합한 발전의 경로를 선택할 것인지를 성찰'한다"는 책이다. 저자는 현재 중국인민대학의 교수이며 "현재 중국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주목받는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으로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 문제에 조예가 깊으며, 북한의 경제 개혁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된다. 리쩌허우가 밖에서 바라본 중국을 보여준다면, 그 다음 세대인 원톄쥔의 중국 내부의 관점을 대변할 수도 있겠다(공인된 관점이 아니더라도).  
 

중국현대사에 관한 책으로는 올해 <왕단의 중국현대사>(동아시아, 2013)과 이매뉴얼 C. Y. 쉬의 <근현대 중국사>(까치, 2013)도 출간된 바 있으니 병독해도 좋겠다. 특히나 역사쪽은 같은 시기를 다룬 책을 나란히 읽는 게 '크로스체크'의 효과가 있으니까(보완과 교정의 효과다).

 

 

 

안 그래도 루쉰의 전기를 읽다가 다시금 관심이 발동해 국내에 소개된 관련서를 몇권 더 주문하면서 최근에 나온 책 두 권이 생각나 적어보았다...

 

13. 1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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