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분야별로 눈길을 끄는 책들이 많아서(그렇다고 감동할 정도는 아니다) 선정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몇몇 책들은 다른 자리에서 언급해야 할 것 같다.
먼저, 타이틀북은 로버트 디에츠와 대니얼 오닐의 <이만하면 충분하다>(새잎, 2013). 스키델스키 부자의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부키, 2013)의 응답처럼도 읽히는 책이다. 제목에서 시사되지만, '더 많이more에서 충분enough으로'가 저자들의 구호다. "저자인 로버트 디에츠와 대니얼 오닐은 경제성장의 환경적, 사회적 실패를 폭로할 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명유지 시스템을 훼손하지 않고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경제인 정상상태경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물질, 에너지, 인구, 금융, 일자리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현실적인 정책 및 실현 방법을 충실하게 주장한다."
두번째 책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부수적 피해>(민음사, 2013). '지구화 시대의 사회 불평등'이 부제다. 역자는 <쓰레기가 되는 삶들>(새물결, 2008)과 <현대성과 홀로코스트>(새물결, 2013)를 옮긴 정일준 교수. "최근 만들어진 미국 군사 용어 ‘부수적 피해’는 군사 활동 시 불가피하게 따르는 민간인 피해를 이르는 말로, 바우만은 이 용어를 확장해 현대 사회 전반을 진단한다. ‘부수적’이라는 말 속에 도사리고 있는 ‘고의는 아니다’라는 무책임함은 사회 문제의 본질을 희석하며, 권리와 기회에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을 암묵적으로 가정한다." 여름에 나온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동녘, 2013)에 잇대서 읽어볼 만하다.

세번째 책은 젊은 논객 박가분의 <일베의 사상>(오월의봄, 2013). '새로운 젊은 우파의 탄생'이 부제다. 지난봄에 출간돼 화제가 됐던 야스다 고이치의 <거리로 나온 넷우익>(후마니타스, 2013)과 비교해봄직한 책. "‘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사이트를 내재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책이며,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젊은 우파를 분석한 책이다. 또한 진보좌파의 반작용으로 일베가 탄생했으며, 진보좌파가 어떻게 해야 일베를 마주할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는 책이다."
네번째는 뉴욕타임스의 기자 마이클 모스의 <배신의 식탁>(명진출판, 2013). "탐사 저널리즘의 극대치를 보여주는 동시에 대중성까지 확보한 <배신의 식탁>은 미국에서 《Salt, Sugar, Fat》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를 만큼 2013년 상반기 미국 독서계에서 열풍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이 책은 ‘설탕으로 배신하다’ ‘지방으로 배신하다’ ‘소금으로 배신하다’라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공식품 기업의 핵심 재료를 주제로 장을 구성했으며, 각 글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음식이 어떻게 조작된 것인지를 자세하게 알려준다." 식품첨가물 문제을 다룬 책으론 윌리엄 레이몽의 <식탁의 배신>(랜덤하우스코리아, 2010)이 나온 바 있다. 저자는 프랑스의 취재기자.

마지막 다섯번째 책은 독일의 저술가 베르너 풀트의 <금서의 역사>(시공사, 2013).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가 부제로 금서의 역사에 관하여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 절판됐지만 저자의 책으론 <파가니니>(시공사, 2004)도 번역됐었다...
 | 이만하면 충분하다
로버트 디에츠 외 지음, 한동희 옮김 / 새잎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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