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은 프랑스의 역사가이자 사상가 미셸 드 세르토의 <루됭의 마귀들림>(문학동네, 2013)이다. 저자의 이름은 눈에 익지만 책은 처음 소개됐다. 어떤 책인가.


<루됭의 마귀들림>은 역사학의 본질을 '타자'에 대한 탐구에서 찾았던 특유의 역사관과 근대 초기 신비주의 현상에 대한 풍부한 문헌학적 연구가 접목된 세르토의 초기 대표작이다. 이 책은 종교전쟁과 흑사병이 휩쓸고 간 17세기 프랑스 남부 루됭의 한 수녀원에서 일어난 마귀들림 사건을 다룬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루됭의 악마들>(1952)로도 잘 알려진 이 사건을 통해 세르토는 중세와 근대, 종교권력과 정치권력, 구교와 신교, 남성과 여성, 과학과 영성, 역사와 전설의 충돌 속에서 당대 시대변화의 중요한 증후인 '타자성'의 출현을 읽어낸다.

어떤 계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수년 전에 세르토의 영역본 몇 권을 들춰보면서 일부 복사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자료를 지금 찾는 건 무망한 일이지만, 책이 번역돼 나온 덕분에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된다.


세르토는 역사학뿐만 아니라 지리학과 정신분석학에서도 언급되는 학자인데, 국내에 나온 책 가운데서는 <공간적 사유>(에코리브르, 2013), 마크 포스터의 <포스트모던 시대의 새로운 문화사>(이화여대출판부, 2006), 그리고 크리스테바 등이 쓴 <미친 진실>(동문선, 2002) 등을 참고할 수 있다.
<루됭의 마귀들림>에 대해서 하버드대학의 교수이자 <1417년, 근대의 탄생>(까치, 2013)의 저자 스티븐 그린블랫은 이렇게 평했다. "명민하고 혁신적이다. 세르토의 저서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가장 놀라운 책." 세르토 입문서로도 최적이란 뜻이겠다...
13.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