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동떨어진 듯하지만, 뭔가 연결고리가 있는 듯싶어서 두 권의 책을 묶었다. 러셀 쇼토의 <데카르트의 사라진 유골>(옥당, 2013)과 이종각의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서해문집, 2013)이다.

 

 

러셀 쇼토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저자인데, 미국의 역사가이면서 현재 암스테르담의 존 애덤스 연구원장이라고 한다(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동기에서 쓴 책인가.

저자 러셀 쇼토는 1650년에 죽은 데카르트의 무덤이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뒤 파헤쳐졌고 세 번의 유골이장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이 그 유골을 빼돌리기 시작했다는 괴기스런 사실을 우연히 접한다. 그리고 그 사라진 유골이 역사 속에서 몇 번이고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데 호기심을 갖고 직접 데카르트의 유골을 찾아 나선다. 그는 유럽에 머물면서 많은 철학자와 역사가를 인터뷰하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데카르트에 관한 이야기까지 수집한다. 또한 데카르트의 생가에서부터 데카르트가 죽음을 맞았던 스톡홀름의 주택까지 직접 찾아가 보고 데카르트의 유골이 서유럽을 횡단했던 길을 찬찬히 짚어간다. 저자는 진실을 찾는 탐정처럼 데카르트와 그의 유골이 출몰했던 현장을 분석하고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여 사건 현장을 재구성했다

 

아인슈타인의 뇌 얘기보다 엽기적인데, 데카르트에 관한 평전에 그런 내용이 있었나 싶다. 사실 번듯한 평전이 아직 소개되지 않은 걸로 알지만(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도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일 듯하다.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는 제목 그대로, 스기타 겐파쿠란 인물의 행적을 소개하는 책. '난학'이 뭔지는 알지만, '난학의 개척자'라는 스기타 겐파쿠는 우리에게 생소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스기타 겐파쿠(1733~1817)가 바로 난학의 유행을 이끈 장본인이다. 번의藩醫(다이묘 등을 진료하는 의사)에 불과하던 그는 어떻게 '난학의 선구자'가 되었을까? 이 책은 단순한 의사에서 위인이 된 그의 삶, 특히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서양 책 번역에 도전해 <해체신서解體新書>라는 인체 해부서를 성공적으로 펴내기까지 악전고투하는 과정과 당시 일본의 변화를 함께 잘 보여 준다.

국내서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 베테랑 기자 출신의 일본 전문가인 저자는 <이토 히로부미>(동아일보, 2010)에 이어서 일본 근대사의 주요 인물에 대한 의미있는 소개를 제공한다. 한편, 스기타 겐파쿠가 <해체신서>라는 인체 해부서를 펴냈다는 사실 때문에 떠올린 책은 타이먼 스크리치의 <에도의 몸을 열다>(그린비, 2008)이다.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병행해서 읽는다면 유익할 것 같다. <에도의 몸을 열다>는 '18세기 에도 시대의 해부학 그리고 난학 형성을 통해 본 에도의 문화사'로 저자는 런던대 교수로 일본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미술사학자이다. 흠, '난학의 형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필히 병독할 만하다...

 

1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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