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기 전에 '이주의 저자'도 골라놓는다. 이번주에도 국내 저자로만 골랐다. 먼저 봄에 <저항인 함석헌 평전>(현암사, 2013)과 <투사와 신사 안창호 평전>(현암사, 2013)을 거푸 펴냈던 김삼웅 선생이 <빨치산 대장 홍범도 평전>(현암사, 2013)까지 출간했다(그래서 또 한번 '이주의 저자'로 꼽는다). '항일 무장투쟁의 영웅,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의 장렬한 삶'이 부제. 개정판으로 펴낸 <녹두 전봉준 평전>(시대정신, 2013)과 <약산 김원봉 평전>(시대정신, 2013)까지 포함하면 올해 낸 평전만 다섯 권에 이른다(이 정도면 거의 강준만 교수에 견줄 만한 필력이다). 올해가 서거 70주기라은 홍범도 대장은 어떤 인물이었나.

 

홍범도는 머슴 출신의 독립운동가였다. 특권을 누려온 이들이 조국을 배신할 때 그는 누구의 지시나 부름도 없이 스스로 의병이 되었다. 간도와 극동 러시아의 춥고 험준한 산악지대를 넘나들면서 빨치산 대장으로서 일본군을 토벌하고, 독립군 부대를 조직해 국치 이래 최초로 국내 진입작전을 펴 일제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비범한 지휘력으로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의 승리를 주도한 그는 해방 이후 남쪽에서는 좌파로 배척되어 잊힌 인물이 되었다.

그렇게 망각 속에 묻힌 생애를 다시금 복원한 노작이 <빨치산 대장 홍범도 평전>인 셈이다.  

 

 

국사학자 한명기 교수의 역사평설 <병자호란1,2>(푸른역사, 2012)도 주목할 만한 책이다. 놀랍게도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만을 다룬 성인 교양서가 거의 없는 편인데, 그 공백 하나를 메꿔주는 책. 이미 <정묘.병자호란과 동아시아>(푸른역사, 2009) 같은 학술적 성격의 책을 펴낸 저자가 병자호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다시 짚었다. 소개는 이렇다.

저자가 「서울신문」에 2007년 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2년 동안 연재했던 '아픈 역사에서 배운다―병자호란 다시 읽기'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한 이 책에서 저자는 병자호란을 살피는 것이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기 위함이 아니라, 한반도와 한민족의 운명에 외교가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되짚어보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병자호란을 다룬 김에 임진왜란을 총체적으로 다룬 책도 기다려지는데, 저자의 <임진왜란과 한중관계>(역사비평사, 1999)를 고려하면 이 또한 불가능하진 않을 듯싶다(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기대해볼 만한 학자는 최근 류성룡의 <징비록>(아카넷, 2013) 교감, 해설판을 펴낸 김시덕 교수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함께 당시의 저작으로 가장 이름이 높은데, 흥미롭게도 전근대 동아시아의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그런 사정은 <그들이 본 임진왜란>(학고재, 2012)에서 더 자세히 읽을 수 있다.

<징비록>은 임진왜란과 관계있는 여러 나라에서 집필된 문헌 가운데 전쟁의 전체상을 가장 포괄적이면서 치밀한 구조와 생생한 문장으로 전하며 전근대 동아시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교감.해설 징비록>은 류성룡이라는 조선의 고위 관료가 임진왜란이라는 국제전쟁의 전체 틀을 제시하고 이를 자신의 관점에서 솔직하게 기록했다는 데에 가장 중대한 의의를 둔다.

 

 

세번째 저자는 서양사학자로 로마사 전공인 김덕수 교수. 최근에 <아우구스투스의 원수정>(길, 2013)을 펴냈다. 저자는 문고본 <그리스와 로마>(살림, 2004)를 쓰고 <지중해, 문명의 바다를 가다>(한길사, 2005) 등을 공저했으며, 로마사 관련서를 다수 우리말로 옮겼다.

 

 

프리츠 하이켈하임의 <로마사>(현대지성사, 1999)와 로널드 사임의 <로마혁명사1,2>(한길사, 2006)가 대표적이다. 둘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역저들이다. 서재만 생긴다면 바로 꽂아두고픈 책들이다(유감스럽게도 현재는 책을 꽂아둘 공간이 없다). 흠, 절판되기 전에 손을 써두어야 할까...

 

13.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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