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오래된 새책'으로 도이힐러의 <한국의 유교화 과정>(너머북스, 2013)을 꼽았지만, 한권을 더 얹는다면 레닌의 <국가와 혁명>(아고라, 2013)도 가능하다. 다시 나왔으면 싶었던 책 가운데 하나.

 

 

다시 나왔으면 했던 때는 물론 지젝의 <혁명이 다가온다>(길, 2006)와 <지젝이 만난 레닌>(교양인, 2008)을 읽을 무렵이다.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이 두 종은 지젝의 같은 책의 독어판과 영어판을 각각 옮긴 것이다. <지젝이 만난 레닌>에는 영어판처럼 레닌의 글모음과 지젝의 해제가 같이 묶였고, <혁명이 다가온다>는 지젝의 해제만을 따로 옮긴 것이다(실제 독어판은 그렇게 나온 듯하다. 러시아어판도 그러하다). 그사이 <지젝이 만난 레닌>은 벌써 절판된 상태다. 다른 판형으로 다시 출간될지 모르겠다(개인적으론 두툼한 하드카바 대신에 소프트카바로, 레닌과 지젝이 분권돼 출간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한 적이 있다).

 

 

<국가와 혁명>의 영어본은 펭귄판으로 나와 있다. 지젝의 레닌론에 대해선 <지젝이 만난 레닌>과 함께 <레닌 재장전>(마티, 2010)을 참고할 수 있다. 지젝의 글 외에도 레닌주의에 대한 재평가를 담은 좌파 철학자들의 글이 실려 있다(현재는 이 책 또한 품절된 상태다). 혁명가 레닌의 대표적 저작으로서 <국가와 혁명>의 의의에 대해서는 이렇게 소개된다.

출간된 이래 사회주의 혁명사상의 고전 중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 책으로 평가받아왔다. 그의 사상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혁명가, 정치가는 물론 지성계와 문화계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쳐왔다.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이 공산주의 사회에 대한 이상을 소개한 책이라면 <국가와 혁명>은 이를 현실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의의에 덧붙여서 개인적으론 레닌주의와 박정희주의도 비교해봄직하다는 생각을 늘 해오고 있다. <국가와 혁명과 나>란 책 때문이다. 물론 이론적인 저작은 아니지만, 레닌의 <국가와 혁명>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제목인지는 의심스럽다. 레닌주의와 박정희주의는 혹 '국가와 혁명'과 '국가와 혁명과 나'라는 구도로 정리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독서계획만 갖고 있는 상태이지만 그래서 몇년 전엔 박정희의 <국가와 혁명과 나>도 구했다. 절판된(그래서 희귀본이라고 고가로 올라와 있는) <국가와 혁명과 나>(지구촌, 1997) 대신에 동서문화서판으로. <하면된다! 떨쳐 일어나자>(동서문화사, 2005)는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과 <국가와 혁명과 나>가 합본된 책이다. 박정희 향수를 얘기하고, 젊은층에서도 자칭 박정희주의자가 없지 않지만 정작 이런 책을 읽는 독자는 거의 없는 듯싶다. '박정희'로 검색되는 책 가운데 현재 세일즈포인트가 가장 높은 책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책과함께, 2012)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귀태' 발언의 출처가 된 책이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전남 순천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은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이었고, 그 국민운동은 우리 국민의식을 변화시키며 나라를 새롭게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하고, “(새마을운동을) 미래지향적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키고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다('5년 임기제'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한번 <국가와 혁명과 나>도 떠올리게 됐다. 레닌과 박정희 사이에 의외의 접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면서(혹은 스탈린과 박정희?)... 

 

1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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