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머니즘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을 예정인데 마침 무관하지 않은 책들이 이번주에도 나왔다. 라파엘 카푸로 등의 <로봇윤리>(어문학사, 2013)와 이진우의 <테크노 인문학>(책세상, 2013)이다.
<로봇윤리>의 편저자들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지라 '이주의 발견'이라고 해도 무방한데, 찾아보니 같은 성격의 책으로 <로봇윤리학>(2011)도 눈에 띈다. '동물윤리'와 함께 윤리학의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는 듯하다(하긴 로봇 군대가 현실화돼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책의 의의도 정확히 그렇게 설명돼 있다.
로봇의 발달이 빨라지면서 점점 ‘로봇윤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시점에 한국에 ‘로봇윤리’가 번역되어 나왔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가 있다. 편집자들은 로봇이 일상까지 확장되면서 도덕적, 법적 책임에 대한 물음이 중요해지며, 로봇윤리에 관한 사유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물어보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한다. 결국, 단순히 로봇을 만든 사람이나 사용자의 윤리나 행동하는 로봇의 윤리에 관한 논의는 컴퓨터 환경에 익숙해져 가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로봇윤리 분야가 국내에는 많이 활발하지 않아 자료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국내에 수준 높은 ‘로봇윤리’ 책이 번역되어 많은 윤리학자와 로봇 공학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니체 전공자인 이진우의 <테크노 인문학>은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인 기술권력을 제어할 새로운 윤리의 모색을 과제로 설정한다.
저자는 이미 슬로터다이크의 <인간농장을 위한 규칙>(한길사, 2004)를 공역하고 <인간 복제에 관한 철학적 성찰>(문예출판사, 2004)을 공저로 펴낸 바 있다. <테크노 인문학>에서도 인간 복제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는데, 지난 2003년 지젝의 방한시 있었던 계명대 특강을 검토한 논문이 특히 눈에 띈다. '생명공학 시대의 '주체'와 '탈주체''를 다룬 8장의 부제가 '유전공학에 관한 지젝의 정신분석학적 계몽'이다. 거리가 된 지젝의 발표문은 <탈이데올로기 시대의 이데올로기>(철학과현실사, 2005)에 수록돼 있다...
13.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