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은 영국의 사회인류학자 어니스트 겔너의 <쟁기, 칼, 책>(삼천리, 2013)이다. ' 인류 역사의 구조'란 거창한 부제가 저자의 야심을 말해주는 책이다.

 

 

그의 책이 처음 소개된 건 아니다. <민족과 민족주의>(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2009)가 출간된 적이 있기에(저자명이 '어네스트 겔너'로 표기됐다). 그럼에도 처음 소개되는 듯한 인상이어서 '이주의 발견'으로 골랐다. 

 

 

저자의 평판 때문에 몇년 전에 그의 전기도 구입한 바 있는데, <쟁기, 칼, 책>은 좀더 친근하게 그의 생각을 따라가볼 수 있게 해줄 듯싶다. 어떤 인물이었나.

철학, 인류학,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 등 20세기의 거의 모든 인문학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남긴 학자이지만, 어니스트 겔너는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낯선 인물이고 그의 저작도 번역된 게 거의 없다. 젊은 학자로서 우파의 거목인 이사야 벌린이나 칼 포퍼를 비판하는 한편, 페리 앤더슨이나 에드워드 사이드 같은 진보적 학자와도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그는 그 어떤 진영도 학파도 형성하지 않았다. 소비에트 마르크스 인류학을 소개하고 에밀 뒤르켐과 막스 베버의 사회학 전통을 흡수한 겔너 당대 영국 학계에서 독특한 사상가였음이 분명하다. 철학자들은 그를 뛰어난 사회학자라 평가하고 사회학자들은 그를 뛰어난 철학자로 평가했지만, 정작 철학자들은 그를 뛰어난 철학자로 인정하지 않고 사회학자들은 뛰어난 사회학자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이 <총, 균, 쇠>를 연상시키는 <쟁기, 칼, 책>은 분량이 두툼하진 않다. 소개에 따르면, "역사와 철학, 인류학을 가로지르며 20세기 지성사에 큰 족적을 남긴 어니스트 겔너의 역사철학을 집대성한 책이다. 쟁기, 칼, 책으로 상징되는 생산, 억압, 인식을 통해 인류 역사의 흐름을 긴 호흡으로 성찰하고 있다. 이성주의와 객관주의 역사관에 바탕을 둔 이 책에는 역사 앞에 겸허한 르네상스인의 엄중하고도 치열한 도전과 성찰이 녹아 있다."

 

'인류 사회의 패턴과 사회질서'를 다룬다고 하니까 꽤 기대를 갖게 한다. 스케일상으론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와도 견주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둔다. 원서는 바로 주문했다...

 

13.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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