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을 하나 더 적는다. 이주의 또 다른 발견? 김민형의 <소수 공상>(반니, 2013)이 발견에 값하는 책이다. 국내서인가 하면 그렇진 않다. 옥스포드대 수학과 교수인 저자가 영어로 쓴 책을 수학을 전공한 역자가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질서와 혼돈의 경계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소수에 대한 몇 가지 상상'이 부제. 짐작하겠지만 여기서 소수는 요즘 흔하게 쓰는 소수자의 소수가 아니라 약수가 1과 자기 자신뿐인 자연수를 가리킨다. 그 소수에 대한 공상이라고? 어떤 책인가.
정수론의 대가 옥스퍼드대 김민형 교수가 안내하는 유쾌한 수학의 세계. 기존에 우리가 해왔던 수학의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사실 우리가 의미도 모른 채 공식을 외고 문제풀이에 급급했던 수학의 개념들을 아주 색다른 방식으로 설명을 시도한다. 바로 수학이 필요한 것은 실용적인 쓰임새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를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저자 김민형 교수는 수의 의미, 곱셈과 덧셈의 차이 같은 우리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개념들을 사유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수란 무엇이고, 수학적 사고란 어떤 것이며, ‘수학 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준다.
저명한 수학자로 국내에 자주 소개된 저자는 많지 않은데, 당장 생각나는 이름은 이언 스튜어트이다. <위대한 수학문제들>(만니, 2013)과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승산, 2010) 등이 최근에 나온 책들이다(모두 같은 역자가 옮겼다).
복잡한 공식이 나오는 수학책은 나도 피하는 편이지만 간혹 원론적인 문제를 평이하게 다룬 책에는 흥미를 느낀다. 수학자나 수학사 관련서와 함께 '교양'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해서다. <소수 공상>은 오랜만에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책일 듯싶다...
13.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