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고른 책은 곽은경, 백창화의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남해의봄날, 2013)이다. 국제연대활동가 곽은경의 삶을 다룬 책으로 부제는 '로렌스 곽,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고, '행동하는 멘토' 시리즈의 첫 권으로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추천사를 빌리면 "곽은경은 대한민국이 배출한 가장 걸출한 국제 활동가이다. 곽은경처럼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활동을 보여준 활동가는 미처 없었다." 그럼에도 놀라운 건 이 활동가의 족적에 관한 뉴스기사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 그래서 말 그대로 책의 발견이자 사람의 발견이다. 어떤 인물이고 어떤 책인가.

 

 

국제사회에서 저명한 이름, 국제연대활동가 곽은경. NGO를 떠올리면 긴급 구호활동 혹은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돌보는 연예인의 봉사활동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전부인 우리에게, 그는 냉엄한 국제사회의 높은 문턱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잔혹한 세상의 비극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영어 불어 어느 것 하나 완벽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던 그가 스물다섯에 한국을 떠나 전 세계 55개국 대표들의 투표로 국제 NGO 팍스 로마나 세계 사무총장으로 일하기까지 그 치열한 평화의 기록이 지구촌 아픈 역사와 함께 펼쳐진다.

이 책은 한 사람의 25년 삶을 복기하면서 가장 약한 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생존과 인권,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그들을 돕는 헌신적인 NGO 활동가들의 생생한 사투를 담아낸다. 생리 때면 마을 밖으로 쫓겨나 동굴에 사는 인도의 달리트 여성들, 총성이 끊이지 않는 격변의 현장 남아공. 전 세계 어둠이 드리운 곳을 찾아 목소리 없는 이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해 온 그들의 삶은 우리가 외면한 지구촌 슬픈 역사의 기록이다.

이 기록은 백창화 작가와의 공저인데, 출간 과정이 특이하다. "2년 반 동안 파리와 제네바, 인터라켄을 오가며 담아낸 곽은경의 삶 속에는 또 다른 화자가 등장하는데 청년 시절 같은 꿈을 꾸었으나 한국에서 평범한 삶을 걷게 된 오랜 벗, 백창화 작가다."

 

 

 

저자(주인공)의 삶과 활동도 놀랍지만, 그걸 남해의 한 작은 출판사가(이제까지 다섯 권의 책을 낸 남해의봄날은 통영에 있다) 기획해서 책으로 펴낸 것도 놀랍다. 장기불황이라는 출판계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생존법을 제시해주는 듯싶다. 이 또한 발견 거리다...   

 

13.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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