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책 두 권이 다시 나왔다. 가라타니 고진의 <트랜스크리틱>(도서출판b, 2013)과 아마티아 센의 <자유로서의 발전>(갈라파고스, 2013). '오래된 새책'으로 묶어서 반가움을 표한다.

 

 

<세계사의 구조>(도서출판b, 2012)와 함께 '사상가' 고진을 대표하는 책으로서 <트랜스크리틱>은 한길사판(2005)으로 나왔다가 절판됐던 책이다. 이번에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의 하나로 재출간됐는데(이 선집도 현재로선 두어 권 정도를 더 남겨놓고 있다), 저자의 수정을 반영하고 있어서 아주 동일한 책은 아니다. 설명은 이렇다.

세계가 주목하는 가라타니 고진의 주저 정본판. <트랜스크리틱>은 2005년에 이미 우리말로 옮겨져 가라타니의 주저로서 많은 이들에 의해 읽혀져 왔다. 그런데 그것은 2001년판을 원본으로 하되 영어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정된 내용들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독자들은 지금 이 <트랜스크리틱>에서 2005년 번역판과의 상당히 커다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비평가로서가 아닌 사상가로서의 가라타니 고진이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론적 체계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저술이지만, 그 영향작용사와 관련해서도 이 책은 처음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세계가 주목하는' 사상가인지는 의문이지만(영어로 번역된 고진의 책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직 <세계사의 구조>도 번역되지 않았다) 나는 그게 고진에 대한 과소평가라고 본다(지젝은 이러한 과소평가에서 예외이다. <트랜스크리틱>에 대한 본격적인 서평을 '시차적 관점'이란 제목으로 쓴 바 있기에. <시차적 관점>의 원래 발상은 고진의 것이다. 고진이 칸트에게 쓴 말을 지젝은 라캉에게 적용한다). '고진과 함께'라는 건 따라서 (적어도 서구의 독자가 가질 수 없는) 우리의 유리한 조건이다. 고진이 말하는 트랜스크리틱이란 무엇인가.

내가 트랜스크리틱이라고 부르는 것은 윤리성과 정치경제학 영역 사이에서의, 즉 칸트적 비판과 맑스적 비판 사이에서의 코드 변환(transcoding), 요컨대 칸트로부터 맑스를 읽고 맑스로부터 칸트를 읽는 시도이다. 내가 이루고자 한 것은 칸트와 맑스에게 공통된 ‘비판(비평)’의 의미를 되찾는 일이다.

예전판이 나왔을 때 여러 번 페이퍼를 써둔 적이 있기에 따로 군말을 덧붙이진 않는다. 다만 여전히 <트랜스크리틱>은 칸트와 맑스를 읽는 가장 강력한 시각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유로서의 발전>은 인도 출신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티아 센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예전에 세종연구원판(2001)으로 나왔다가 절판된 책. 제목은 센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압축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의 ‘마더 테레사’, 아마티아 센.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한 웅대한 문제의식의 결정판으로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장이야말로 진정한 발전의 목표임을 실증적으로 밝혀내고 있다. 센의 문제의식은 역량의 회복을 통해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균형잡힌 성장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특히 센의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발전관은 개발독재에 신음했던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역량'이란 말은 센경제작(센코노믹스)의 핵심 개념인데, 'capability'의 번역이다. '삶의 질'에 관한 공동연구를 마사 누스바움과 진행하면서 제시한 걸로 안다. 최근 번역된 <시적 정의>(궁리, 2013)에서 누스바움도 이 공동연구의 경험에 대해 언급한다. "1986년부터 1993년까지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과 함께 헬싱키에 있는 유엔대학 부설 세계경제개발연구소의 '개발도상국의 삶의 질 평가에 대한 프로젝트' 공동기획자로서" 참여한 경험이다. 두 사람의 공유한 생각은 " 삶의 질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환원적이면서 인간 복잡성에 대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는 듯 보이는 표준화된 경제적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시적 정의>, 16쪽)으로 모아진다. 개인적으로 '삶의 역량'이나 '자유로서의 발전'이란 개념은 '성장이냐 분배냐'란 이분법에 여전히 갇혀 있는 우리의 사고 지평을 벗어나게 해줄 걸로 기대한다. 공론장의 키워드들이 조만간 대체되길 바란다...

 

13. 10.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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