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보예 지젝과 존 밀뱅크의 공저 <예수는 괴물이다>(마티, 2013)가 출간됐다. 밀뱅크는 영국 노팅험 대학의 종교학 교수로 "근대 사회와 현대 신학의 문제를 근대 이전의 기독교 전통으로 답하려는 급진 정통주의 운동의 대표적 사상가"로 소개된다.
책의 원서는 몇년전에 구입했고, 번역이 진행중인 것도 몇년 전에 알았지만 그간에 잊고 있었기에 출간 소식은 갑작스럽고 반갑다. 사실 지젝의 세번째 방한에 맞춘 듯이 보이니 때맞춰 나온 것이긴 하다. 책소개는 간략하게만 뜬다.
지젝에 따르면 기독교는 신 자신이 곤경에 처했다고 말하는 종교다. 이는 기독교에 대한 이단적 독해가 아니라, 기독교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바로 신 자신의 곤경이라는 뜻이다. 기독교의 진정한 계시는 신의 무능함, 신의 비존재를 계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피안의 하나님은 없다. 욥이 전하는 그리스도의 절규대로 신은 신 자신과 분열된다. 그리스도를 괴물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아무런 보증도 없는, 다시 말해 큰타자의 보증이 없는 ‘사랑’의 몸짓이다. 이 큰타자의 죽음을 대면하는 몸짓, 이것이 지젝이 말하는 무신론적 기독교이다.
사실 지젝의 기독교론은 중간중간에 다른 책들에서도 읽을 수 있었고, 좀더 본격적으로 다룬 책으론 <죽은 신을 위하여>(길, 2007)이 이미 번역된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는 책. 이 주제에 관해서는 아담 코츠코의 <지젝과 신학>(2008)도 참고할 수 있으며, 지젝과 밀뱅크가 편집에 관여한 <신학과 정치적인 것>(2005)도 요긴한 참고문헌이다(묵직한 앤솔로지다). 아무려나 언제든 읽을 용의가 있는 책이 출간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난이도를 검토해보고 강의에서도 내년에는 강의의 커리로도 다루려고 한다. 미리 반가움만 적는다...
13. 10.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