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마이뉴스에서 한국근현대사 연구자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과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안병욱 전 카톨릭대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일부를 발췌해놓는다(전문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10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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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미래는 어떨 것으로 보나.
"일반적으로 국민은 권력이 무지막지하게 내리누를 때 반발하지만 그것이 늘 역사를 반전시키는 힘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민중 역량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성장할 때 내리누르면, 역사를 바꾸는 동력으로 승화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5공화국 당시 1980년 광주항쟁으로 많은 시민이 학살당했지만 전두환 정권이 1981년, 1982년 무리한 정책을 추진해도 정권은 유지됐다. 전두환 정권이 가장 취약했던 때는 집권 후기다. 그 숱한 과정을 겪은 사람들이 다시 일어섰을 때, 비로소 정권의 억압을 뚫고 일어나 6월 항쟁을 만들어냈다.

박근혜 정부와 국민의 관계를 당시와 비교하면, 내 감으로는 국민의 역량이 이제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시점이 아닌가 한다. 1987년 6월 항쟁 전의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는 결코 순탄하게 연착륙 하지 못할 것이다. 그 점을 박 대통령도 알고 있다. 자신이 유화책을 쓰고 양보하는 순간, 끊임없이 양보를 하게 된다는 사실을. 옛날 박정희에게 쓸 수 있는 반전의 카드가 있었다. 계엄령이나 긴급조치 같은.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에겐 반전의 카드가 없다. 한 번 밀리면 어디까지 밀릴지 모른다는 그 두려움 탓에 김기춘 등을 기용하는 강경 드라이브를 하는 거다. 


 

결국 귀결은 어느 한쪽이 무너지는 건데, 지금은 시민사회와 국민이 무너질 수 있는 시대가 아니지 않나. 결국 누가 무너지겠나. 1995~1997년의 김영삼 정권을 보면 노동관계법 밀어붙이다가 한 번 꺾이니까 1년 동안 아무 권한도 행사 못 했다. 1950년대부터 정치를 하면서 주변에 자기 사람이 엄청 많은 김영삼 전 대통령도 그랬다. 객관적으로 보면 박 대통령은 고립무원이다. 선거 때 손 한 번 잡아보고 싶어하던 유권자들 그동안 지지해왔는데, 더는 유효하지 않다. 박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없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4년 반... '봄날은 갔다'."

- 국민 역량이 바닥을 치고 오르는중이라고 보는 근거는?
"국민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이제 다시 기 자리에서 뭔가를 해볼 수 있는 위치에 왔다. 정치권이 조금 와줘야 하는데 여전히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민이 반전하는 시점에 정치권은 반대로 가는데, 이런 모습이 1985~1987년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 2004년부터 3년간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국정원을 직접 겪어본 사람으로서 개혁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사람이나 제도도 기본 바탕이 있다. 가령 '바탕은 좋은데 시대 상황이 어려워서 저렇게 꼬였다'는 말도 있지 않나. 사람들은 국내 사찰만 없으면 국정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생각은 맞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가 마치 국정원의 본질은 그게 아닌데, 독재자들이 잘못된 일을 시켜 악행을 저지른 것처럼 보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5.16 쿠데타 세력이 제일 먼저 한 일이 중앙정보부 설치였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조사해서 사전에 제압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목적이었다. 국정원은 그 역할을 20세기 내내 멈춘 적이 없다. 현재도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대통령을 위해 존재한다. 마치 청와대 비서실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기능만 있지만, 국정원에겐 인력과 예산, 큰 권한이 있다. 앞으로 한국사회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국정원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제도만 바꿔서는 안 된다. 발전적 해체와 신설로 갈 수밖에 없다. 발전적 해체를 거쳐 새로운 국가정보기구를 신설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일이다. 뉴라이트 우익 학자들에 의한 교과서 파동은 참으로 우스꽝스럽고 창피한 소극 같은 일이다. 그게 당당하게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있는데, 현재 우리 사회 정신세계의 천박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여당 최고 실력자(김무성 의원)가 그런 학자를 불러 특강을 하고, 의원 50여 명이 그 강연에 박수를 보냈다는 것은 코미디다. 한국 정치인의 역사인식이 어느 수준인가를 보여준 사건이다. 그들의 역사인식이 1950~1960년대에서 멈춘 게 서글프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그 교과서를 검정해줬는데, 이 역시 시대의 비극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천박한 정치 논리에 들러리를 섰다. 한 나라의 학문을 관장하는 최고 기관이 허접쓰레기 같은 걸 교과서로 검정해줬는데, 학문적 양식을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

- 의기소침해 있는 시민에게 한마디 한다면?
"소수의 안목이 있는 분들이 역사를 내다보고 그 의지에 따라서 끊임없이 국민을 선도했을 때, 국민의 힘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사회가 바뀐다. 지금의 여론조사가 생각처럼 나오지 않기 때문에 사회가 바뀌기 힘든 게 아니냐고 얘기하는 것은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13.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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