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차 지방에 내려가기 전에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추수의 계절에 부응이라도 하려는 듯 책이 많이 나왔다. 그 가운데 개인적인 관심사와 시의성을 고려하여 다섯 권을 골랐다('이주의 저자'로 돌릴 책은 제외한 것이다). 먼저 타이틀북은 팀 잭슨의 <성장 없는 번영>(착한책가게, 2013)이다. 부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를 위한 생태거시경제학의 탄생'이다.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책. 박근혜 정부가 복지 공약 후퇴로 논란이 빚고 있는 즈음이라 더 눈길이 간다.

두번째 책은 오시카 야스아키의 <멜트다운>(양철북, 2013).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어떻게 일본을 침몰시켰는가'는 부제만 봐도 우리가 기다려왔던 책임을 알 수 있다. "'아사히 신문' 경제부 기자 오시카 야스아키가 2011년 3월 11일, 원전 사고 발생 직후부터 1년간 125명의 관련자들을 탐사 취재한 기록이다.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책은 2012년, 제34회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알다시피 일본 원전 사태는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무얼 유념해야 하고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지 책을 일독하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손이 많이 갔으면 싶다.

세번째 책은 안드레이 란코프의 <리얼 노스코리아>(개마고원, 2013).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로 현재 국민대에 재직중인 란코프 교수의 신작이다. "‘우파 햇볕론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신작. 북한의 민주화와 개혁개방을 위한 방편으로서의 햇볕정책, 오늘날 북한이 처한 딜레마, 그에 엮인 남한 좌/우파의 맹점을 진단ㆍ처방한다." 원저는 올해 옥스포드대 출판부에서 나온 <리얼 노스코리아(The Real North Korea)>(2013)다.


네번째 책은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이자 범죄심리 전문가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인터뷰어 지승호의 대담집 <공범들의 도시>(김영사, 2013)다. "연예인 인권의 그늘, CSI 신드롬과 CSI 이펙트, 범죄 영화에 대한 분석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에서 사법 정의의 뿌리를 흔드는 범죄인 전관예우, 그리고 현 정국의 핵심 이슈인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등 정치적인 테마들까지 한국 사회 전반을 관통한다." 각종 의혹과 강력사건이 끊이지 않는 한국사회인지라 대화의 소재가 풍성하다. 동시에 뜨끔하게 만든다. "당신도 공법이 아닙니까?"란 질문에도 답해야 하니까.
마지막 다섯번째 책은 사이먼 배런코언의 <공감 제로>(사이언스북스, 2013). '분노와 폭력, 사이코패스의 뇌 과학'이 부제다. "뇌 과학과 심리학으로 본격 해부한 공감의 맨얼굴.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정신 병리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심리학자 사이먼 배런코언은 뇌 과학과 유전학, 발달 심리학 등 최신 과학을 동원하여 사이코패스를 비롯, 흔히 우리가 악마라 부르는 사람들의 뇌와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이 보이는 잔혹하기 짝이 없는 행동들을 설명해 보고자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