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중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출세작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새물결, 2013)이 다시 나왔다.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인간사랑, 2002)으로 나왔던 첫 번역판이 원래의 제목을 찾아서 나온 것이라 더 반갑다(새물결은 현재까지 지젝의 첫 저작과 마지막 저작 번역본을 보유하게 됐다).

 

 

사실 인간사랑판이 절판된 뒤로 '품귀본'이 돼 중고가가 65000원까지 치솟았지만(현재 알라딘에 올라와 있는 중고판이 그렇다) 더 온전한 새 번역본을 훨씬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게 됐다(초판 번역본의 오류들도 시정됐을 것이다). 소개는 이렇게 돼 있다.

슬라보예 지젝의 1989년 저작으로 그의 처녀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현상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실천가로서 그는 난해하다는 이유로 일반인들에게는 자칫 추상적인 개념들의 집합으로 비춰질 수 있는 라캉의 이론을 현실과 맞닿은 지점까지 끌어들인다. 소수를 위한 전문이론인 정신분석학이 영화나 대중소설 등의 대중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라캉을 소개하는 위치를 넘어서서 라캉의 목소리를 통해서 자신의 얘기를 전하는 데 비상한 능력이 있는 듯하다. 이 책은 라캉에 대한 해설서가 아니라 라캉에 관한 기존의 관점을 갱신하기 위한 출사표와도 같다. 지젝 자신이 서론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통상 포스트 구조주의자의 범주 속에 포함되는 라캉을 구출하는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그의 이론에 올바로 입문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은 국내에서는 <삐딱하게 보기>로 처음 소개된 지젝의 본격적인 철학서로는 처음 소개된 책이기도 해서 재출간의 의미가 여러 모로 깊다. 책이 나오고 2003년에 처음 방한했던 지젝은 올해 세번째로 한국을 찾았고, 그에 대한 수용과 이해 수준도 그간에 한층 높아졌다. 그렇게 높아진 시선으로 다시 읽어볼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강의가 가능한 수준으로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을 독파하는 것이 재독의 목표이다. 겸사겸사 새 번역본을 계기로 더 많은 독자들이 지젝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3. 09. 27.

 

 

P.S. 지젝과 함께 방한중인 알랭 바디우의 주저 <존재와 사건1>(새물결, 2013)도 곧 나오는지 예판에 들어갔다. 전체의 절반인지 아니면 1/3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로소 본격적인 바디우 읽기의 여건도 마련되는 셈. 읽다가 만 제이슨 바커의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이후, 2009)도 다시 손 닿는 곳으로 옮겨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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