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대로 이번주 24일(화)부터 10월 2일까지 지젝과 바디우의 방한 강연을 중심으로 철학축제 '멈춰라, 생각하라'가 열린다(일정은 http://theghostschool.tistory.com/4 참조). 이와 관련하여 네이버캐스트에는 '철학적 사건'이 연재되고 있는데, 바디우에 관한 소개글 '철학자 바디우의 정치적 사유'의 일부를 옮겨놓는다(전문은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36&contents_id=36523&leafId=236). 필자는 바디우의 제자이면서 <투사를 위한 철학>(오월의봄, 2013), <철학을 위한 선언>(길, 2010) 등을 옮긴 서용순 교수다.

 

2013년 9월 한국을 방문하는 진리와 주체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1937- )는 철학의 임무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잘 알다시피, 이는 철학의 아버지인 소크라테스의 죄목이었다. 바디우는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죄목’을 철학의 중심에 놓는다. 무슨 말일까? 그는 젊은이들과 대화했던 소크라테스의 행위를 철학의 주요한 활동으로 간주하는 것이고, 철학은 그러한 활동 가운데 젊은이들로 하여금 어떤 일탈을 감행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바디우는 기존의 질서와 의견들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을 거부하는 것을 바로 ‘타락’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여기서 ‘타락’이란 철저히 지배적 질서와 의견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철학이 가르치는 것은 지배적 질서에 대항하고, 지배적인 의견들을 거부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것을 지배 질서는 ‘타락’이라고 지칭한다. 새로운 질서를 고민하는 모든 시도들은 결국 타락의 시도들이며,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는 일탈에 속하는 것이다.

 

지배질서는 항상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갈라놓으면서 가능한 것들만을 승인한다. 그래서 권력은 오로지 자신이 행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가능한 것이라고 선언한다. 모든 지배적 의견은 ‘그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사회적 불평등은 불가피한 것이며, 의회민주주의 외에 다른 정치적 대안은 없고, 경쟁에서의 승리만이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체제는 유일하게 가능한 것으로 기능하며, 그것을 움직이는 정치 체제인 의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 철저히 봉사하는 의견의 지배를 관철시킨다. 그 결과 ‘지금의 체제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단언이 따라온다. 다른 모든 가능성은 배제되고 금지된다. 자본주의는 브레이크 없는 열차마냥 거침없이 질주한다. 그 질주를 위한 모든 장애물은 파괴되고 제거된다.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한 것일 뿐이다. 그것이 가능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게 법의 체제는 불가능한 것을 금지함으로써 어떤 다른 가능성도 남기지 않으려 한다.

 

바로 그러한 금지의 조항 밖에서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철학의 일이다. 결국 철학은 기존 질서에 의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어 금지된 새로운 가능성을 사유해야 한다. 불가능한 것은 배제되고 금지되지만, 가끔은 아주 돌발적인 형태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바디우가 말하는 사건이다. 사건은 불가능하다고 선언된 것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건은 지배질서와는 정반대로 불가능한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물론 이는 실낱같은 가능성이지만, 그것이 현실 속에 돌발적으로 출현할 때, 그 불가능은 가능으로 한 발 다가선다. 그래서 종종 사건은 위험한 것으로, 범죄적인 것으로 낙인 찍힌다. 철학은 바로 그러한 사건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의 장을 사유하고 다른 질서, 새로운 규범적 분리를 제시한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의 실제적인 가능성을 사유를 통해 제시하는 것이 바로 철학인 것이다.

 

덧붙여, 개인적으로는 마침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정독하고 있는데, '플라톤주의자' 바디우의 견해도 유익한 참고가 된다. <변론>에 대한 연구로는 양승태 교수의 <소크라테스의 앎과 잘남>(이화여대출판부, 2013)에 실린 장들이 유익하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재판에 관해 상세히 다루고 있는 제임스 콜라이아코의 <소크라테스의 재판>(작가정신, 2005)와 스톤의 <소크라테스의 비밀>(간디서원, 2006)에 대한 논평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준다. 소크라테스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로는 폴 존슨의 <그 사람, 소크라테스>(이론과실천, 2013)이 분량 대비로는 가장 만족스럽다...

 

13. 0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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