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콕스'란 이름을 기억하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국내엔 작년에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황소걸음, 2012)이 처음 소개된 정도니까. 이번에 두번째 책으로 <이기적 삶의 권유>(토네이도, 2013)가 출간됐다.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이 원제에 가까운 번역이라면, <이기적 삶의 권유>는, 책소개에 원서명을 밝히고 있지 않아서 정확하진 않지만, 편의적으로 붙여진 것이다. 추측컨대 <죽음과 우주, 허무에 대한 실존주의자의 가이드>인 듯싶기 때문이다(똑같이 20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번역본의 부제는 '타인이라는 감옥으로부터의 탈출'. 제목과 마찬가지로 책의 주제를 그렇게 잡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의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은 오직 자기만족과 자기 기준에 따라 삶의 참다운 자유와 행복을 뜨겁게 추구했던 우리 시대 최고 사상가, 문학가, 예술가들의 생생한 조언을 담고 있다. 키에르케고르, 하이데거, 사르트르, 니체 등과 같은 최고의 철학자에서부터 작가 버지니아 울프, 셰익스피어, 영화감독 우디 앨런에 이르기까지, 인간 삶과 세계를 거침없이 횡단했던 자유인들의 깊은 사유와 철학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실존주의자의 인생철학' 정도의 내용이고(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라고 말했다), 그런 제목이었어도 나는 책을 구입했을 것이다. 저자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열혈팬이어서가 아니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열혈 팬인 이 책의 저자 게리 콕스는 애덤스의 목소리를 빌려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사람들은 왜 태어날까? 왜 죽을까? 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아주 오랜 기간 전자시계를 차고 지낼까?”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 누구도 인생의 본질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제시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떤 삶이 더 나은 삶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는 있다. 따라서 행복과 자유를 얻고 싶다면,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 이 치열한 논의에 기꺼이 동참해야 한다. 이 ‘동참’을 끌어내는 것이 곧 게리 콕스가 이 책을 출간한 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 인생의 의미에 대해 지독하게, 열렬하게, 집요하게 파고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실존주의자들’이다. 그들의 모든 목소리를 한 줄의 문장으로 만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오직 자신을 위해 살아라.”

"삶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하는 영미권 젊은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철학자"라고 소개되지만, 정작 그런지는 모르겠고, 게리 콕스는 내게 사르트르 연구자로 각인된 이름이다. 그래서 국내에 소개되기 전부터 이름이 눈에 익은 터라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에도 관심을 가졌고, <이기적 삶의 권유>도 제목이나 주제보다 저자 때문에 흥미를 느낀다.

 

 

콕스의 사르트르 관련서는 입문서인 <사르트르>(2006)와 <사르트르 사전>(2008), 그리고 <사르트르와 픽션>(2009)이 모두 탐나는 책들이다(책값이 좀 비싼 편이어서 구입은 망설이고 있지만).

 

 

이런 책들을 쓴 이후에 콕스는 대중철학서 쪽으로 방향을 좀 돌린 듯하다.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과 <철학자로 사는 법>을 연이어 펴낸 데 이어서, 가장 최근에는 <혼란스런 신>이란 책을 출간했다. <이기적 삶의 권유>에 대한 반응이 괜찮다면, 이런 책들도 더 번역되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포장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명석한 소장 사르트르 연구자가 쓴 책이라면 읽어볼 만하리라. '사르트르'니 '실존주의'니 하는 말을 덕분에 오랜만에 적어본다...

 

13. 0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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