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대개 생존 저자를 고르게 되지만, 이번주에는 모두 타계한 저자들이다. 18세기의 조선 유학자와 프랑스 계몽사상가, 그리고 20세기 영국의 역사학자, 세 명이다.
먼저, 다산 정약용. <다산시선>(창비, 2013)과 <다산산문선>(창비, 2013)이 출간됐다. "다산 탄신 250주년(2012년) 사업의 일환으로 3년간의 작업 끝에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나온 것. <시선>은 송재소, <산문선>은 박석무 선생의 번역이다. 어차피 방대한 분량의 전집까지는 읽을 수 없겠기에 일반 독자에게는 정본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시선>의 경우는 정민 교수의 '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일기', <한밤중에 잠깨어>(문학동네, 2012)와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창비에서는 이번 선집 출간의 의의를 이렇게 짚었다.
<다산산문선>은 다산 개인에 대한 전기이자 평전일 뿐만 아니라 실학의 대가들과 다산학의 성립과정을 가장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필독서이다. 또한 신유사화의 전말을 기록한 고발문학이자, 천주교가 서학으로 전래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역사자료이기도 하다. <다산시선>은 다산의 사상과 생애의 갖가지 곡절을 마치 일기처럼 읽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산의 내면과 시대의 모순을 복합적으로 살펴보게 하는 시집이자, 시인 다산의 문학적 성과를 집대성한 필독서이다. 전문 연구자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 <다산시선><다산산문선>은 ‘다산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잡이 책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주에는 김봉남의 <정약용의 목민심서 읽기>(세출출판사, 2013)도 고전 가이드북으로 출간됐다. <정선 목민심서>(창비, 2005)와 <목민심서>(동서문화사, 2011)를 서가에 꽂아두고만 있는데, 가이드북을 길잡이 삼아 묵은 먼지를 털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루소의 이름을 언급한 건 <언어의 기원>(한국문화사, 2013) 새 번역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인간 언어 기원론>(월인, 2001), <언어 기원에 관한 시론>(책세상, 2002)에 이어서 세번째 번역본이다. 사실 이 '시론'은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1967)에서 다뤄짐으로써 유명해진 텍스트이다. 나도 그런 이유에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정작 읽어볼 짬은 없었다(일단 읽으려고 해도 서재가 마비 상태라 책을 찾을 수가 없다!).
<그라마톨로지>에 대한 가이드북들도 구해놓은 터여서 언제 '독서 플랜'을 한번 세워봐야겠다. 물론 장기적인 계획이라 목표는 2016년까지다(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에드워드 파머 톰슨.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창비, 2000)과 <윌리엄 모리스>(한길사, 2012)로 유명한 저자의 <이론의 빈곤>(책세상, 2013)이 이번에 출간됐다.
'이론의 빈곤'이란 말이 염두에 둔 것은 알튀세르인데, 알튀세르식의 구조주의적 마르크스주의의 환원주의와 권위주의를 비판한 에세이들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으론 영국 마르크스주의와 프랑스 마르크스주의 사이의 차이를 식별하게 해준다고 할까. 작고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톰슨이 그런 이론 논쟁에 시간을 허비하는 걸 안타깝게 여겼다고 하지만, 이왕 허비한 이상 쟁점이 무엇이었는지는 확인해봐도 좋겠다...
13. 0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