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북은 앤서니 다운스의 <경제이론으로 본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13)이다. "정당론 분야의 고전 중의 고전. <경제 이론으로 본 민주주의>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되는 책. '합리적 행위자'라는 경제학의 가정을 정당정치에 적용했다고. <민주주의 경제학 이론>(나남, 1997)으로 한번 번역된 적이 있으니 '오래된 새책'이다.

놀라운 건 1957년작이라는 것. 1930년생인 저자의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박사학위논문이란다. 20대 중반의 경제학도가 정당론에 관한 획기적인 저작을 펴낸 것. 책은 딱 경제학 학위논문에 걸맞은 모양새이지만, 주제 자체는 흥미를 끈다.
두번째 책은 애니트라 넬슨과 프란스 티머만이 엮은 <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서해문집, 2013).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만들기'가 부제다. '비시장 사회주의'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책.
이 책에서 주로 얘기하는 것은 ‘비시장 사회주의자’라 불리는 이들의 견해다. 자본주의가 환경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행보를 지속하고 불필요한 수준의 소비와 탄소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제한하는 전략을 방해하며, 자연 서식지의 전 지구적 파괴로 중대한 멸종 사태를 초래하고 있는 지금, 비시장 사회주의의 전망은 대단히 중요해졌다. 인간적 관계를 회복하고 환경적으로 건전한 에너지·자원 이용 방식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화폐 가치와 시장구조를 철폐해야 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필자들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시장에 기반한 공산주의 모델을 비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미래에 비화폐 사회주의를 수립하는 건설적 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화폐와 시장과 임금과 계급과 국가가 없는 사회가 필요하며 또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세번째 책은 필립 브라운 등의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개마고원, 2013). '지식경제의 불편한 진실'이 부제. "저자들은 현재의 국제노동시장의 모습을 ‘글로벌 옥션’이라고 지칭한다. 마치 최저가경매처럼 가장 낮은 임금을 제시하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지금 국제적 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저자들은 이런 현상을 만들어낸 원인으로 크게 4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 우리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은 미국의 현실을 중심으로 쓰여졌지만, 90%에 육박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왜 좋은 대학을 나와도 갈수록 좋은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어지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은 이들이라면 저자들의 통찰에 귀기울여봄직하다."
네번째 책은 천장환의 <현대 건축을 바꾼 두 거장>(시공아트, 2013)이다. "현대 건축을 말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첫 관문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생애와 작품을 소개해 주는 건축 교양서이다.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인 저자가 9년 동안 연구하고 모은 자료들을 집대성한 이 책은 일반인들이 건축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전문 용어의 사용을 최소화했으며 최대한 쉽게 풀어 썼다." 한겨레 구본준 기자는 책의 의의를 이렇게 평했다. "건축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되면 만날 수밖에 없는 이름이 라이트와 미스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도시는 바로 이 두 건축가의 영향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건축 세계를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은, 특히 한국 건축 전문가의 눈으로 분석한 책은 그러나 지금껏 한국에는 거의 없었다. 천장환 교수의 책은 그래서 더욱 의미 깊다."


그리고 마지막 책은 크리스틴 스웬슨의 <가장 오래된 교양>(사월의책, 2013)이다. 부제는 '3천년 인문학의 보고, 성서를 읽는다'. 성서 읽기 가이드북. "성서라는 모순투성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성서 전체를 조망하고 성서의 큰 그림을 그린다. 이 책은 성서란 무엇인가에서 출발해 성서의 기원과 역사, 그 내용을 추적하고, 성서에 등장하는 대표적 인물, 장소, 사물을 한자리로 불러 모아 성서의 핵심이 한눈에 들어오게 정리하며, 영화나 소설 같은 대중문화 속에 숨어 있는 성서의 면모를 발굴하여 성서를 더 친숙하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