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라서 북리뷰들도 쉬어 가는 주이지만, 그렇다고 책들이 눈에 안 띄는 것도 아니어서 주간 책정리는 짬짬이 해놓으려고 한다. 일단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 책은 조세핀 헨딘의 <하트브레이커>(계명대출판부, 2013)다. 학술서로 짐작되지만, '동시대 문화와 문학에 나타난 여성과 폭력'이란 주제가 눈길을 끌었다. 'Herat Breaker'의 사전적 의미는 '애끓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뉴욕대 영문과 교수이고 원서는 2006년에 나왔다. 소개에 따르면, 여성과 폭력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여성의 폭력문제를 고대의 신화적 전통에서부터 시작해서 현대문학과 실제 미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까지 총망라해 그 맥을 짚어가는 가운데 여성의 폭력문제에 대한 시각과 관념, 폭력 여성들의 배후에 있는 정치, 사회, 문화적 환경이 어떻게 변천되고 여성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어왔는지 분석하고, 폭력의 동기, 폭력 행위를 유발시킨 상황, 그리고 그러한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는 두려움과 분노는 물론, 아이러닉한 에로틱의 감정까지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여성 폭력성의 유형'이란 장에서는 그 유형을 공연 폭력(Performance Violence), 정체성 폭력(Identity Violence), 보복성 폭력(Retaliatory Violence) 등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어떤 적실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읽어봐야 알 수 있는 노릇이다.
'여성과 폭력'이란 주제와 관련해서는 세실 도팽의 <폭력과 여성들>(동문선, 2002)이 나와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목차만으론 알 수 없다(게다가 분량에 비해 너무 비싼 책이어서 구입하는 것도 주저된다). 조금 실속을 차리자면 차라리 주디스 버틀러의 <윤리적 폭력 비판>(인간사랑, 2013)을 읽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난장이, 2011)는 '폭력'이란 주제와 관련하여 상시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책이다. <하트브레이커>가 기존의 폭력론에 뭔가 더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보태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13. 0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