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도 내친 걸음에 골라놓는다. 이번주에는 국내 저자로만 골랐다. 먼저,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 <음식인문학>(휴머니스트, 2011)에 뒤이어 <식탁 위에 한국사>(휴머니스트, 2013)까지 이번에 내놓았다(청소년용으로는 <맛있는 세계사>(소와당, 2011)도 중간에 껴 있었다). 동아시아 음식문화를 다룬 <차폰 잔폰 짬뽕>(사계절, 2009)으로 출판계에서 주목받은 저자가(나는 한 편집자에게서 저자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비로소 기대에 부응하는 역작을 내놓은 듯한 인상이다.
<식탁 위의 한국사>의 부제는 '메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다. "근대인의 밥상에서 현대인의 식탁까지, 메뉴를 통해 살펴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 지난 100년간 한국인의 식탁에 오른 메뉴를 통해 한국의 음식문화사를 들려준다. 메뉴로 오른 음식이 시대에 따라 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탄생과 기원을 미시적으로 추적할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동이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을 거시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일상 속 음식에 얽힌 변화상과 역사성을 통찰한다." 음식인문학의 표준이 될 듯싶다.
가수 박진영의 미니앨범이 나온 것과 같은 시기에 국문학자 박진영의 신간도 출간됐다. <책의 탄생과 이야기의 운명>(소명출판, 2013). 전작 <번역과 번안의 시대>(소명출판, 2011)에 이어 2년만에 나온 책이니 저자의 성실함을 짐작하게 해준다. 학술서 범주에 속하지만, 주제는 평이하다. 우리 근대의 책과 출판.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거나 접하기 어려운 희귀 서적과 판본을 세심하게 고증하여 다양한 사진과 함께 공개하고, 근대 초창기의 주요 서점과 1920~1930년대 출판문화를 선도한 명문 출판사 사옥과 로고 등 귀중한 자료를 찾아내 권두 화보로 실었다. 각 부의 끝자락에 실린 ‘갈피짬’은 편집자와 출판사의 일대기를 재구성한 약전, 신소설 출판물을 전수 조사해서 정리하고 숨은 문제점을 지적한 글, 정본 복원과 사전 편찬이 지닌 현재적 의의와 가치를 다룬 글로, 색다르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음식문화사에 이어서 출판문화사까지 '포식'한 독자라면 사진작가이자 평론가 진동선의 에세이들에도 눈길을 주어봄직하다. 이번에 나온 건 <사진예술의 풍경들>(문예중앙, 2013). '1826년 최초의 사진부터 현대사진까지'가 부제니까 사진의 역사를 더듬어본 에세이.
이 책은 한 시대에 사진예술의 전설이었던 사람, 전설이 되고 있는 사람, 전설이 될 사람을 만나보는 과정이다. 1826년경 촬영된 최초의 사진인 니엡스의 사진에서부터 기계미학을 보여주는 귀도 모카피코의 사진까지, 사진의 시대성을 종축으로 두고 동시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의 역사성을 횡축으로 하여 예술로서의 사진을 살펴본다. 픽토리얼 포토그래피부터 모던 포토그래피, 컨템퍼러리 포토그래피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경향을 따라가면서, 회화주의 사진, 스트레이트 사진, 퍼스널 도큐먼트 사진, 뉴웨이브 스테이지 사진, 내러티브 타블로 사진 등 미학적 흐름을 국내에서 출간된 어떤 책에서도 한자리에서 만나보기 힘든 작품들과 함께 짚어본다.
저자의 이름은 사실 이번에 나온 책 덕분에 알게 돼 <사진철학의 풍경들>(문예중앙, 2011)까지 같이 주문해서 받았다. 내주 연휴에 짬이 나면 읽어보려고 한다. 한가위는 독서의 식탁도 풍성하다...
13. 0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