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이주의 발견'은 발견에 대한 책이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발견'이니 환호할 일은 아니다. 찰스 무어와 커샌드라 필립스의 <플라스틱 바다>(미지북스, 2013). 찰스 무어는 선장으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최초 발견자이다. 어떤 발견이었던가.

 

1997년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찰스 무어 선장은 우연히 아름다운 수면 아래 플라스틱 조각이 흩뿌려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무어 선장에 의해 이제 곧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이름 붙여질,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쓰레기장을 발견한 것이다. 이곳에 존재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은 무게로 따질 때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는 동물성 플랑크톤보다 여섯 배나 많았다. <플라스틱 바다>에서 무어 선장은 자신이 발견한 불길한 내용에 관해, 플라스틱의 숨겨진 속성과 위험한 결말에 관해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상세한 이야기'는 자못 묵시록적이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는 한반도의 7배 크기에 달하는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쓰레기장이다. 이미 2009년 TED 강연과, 2011년 KBS ‘환경스페셜’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바다를 점령하다'를 통해서 소개된 내용이라지만, 나는 책 덕분에 처음 알게 됐다. 최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물질의 위험성 때문에 일본산 수산물이 일부 수입금지됐지만, 플라스틱 오염에 대해선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해양 플라스틱 오염 실태에서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바로 플라스틱이 해양 먹이사슬을 교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플라스틱 섭식 문제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사례는 일회용 라이터와 병뚜껑을 좋아하는 앨버트로스이다. 오늘날 플라스틱 병뚜껑과 마개는 매년 1조 개씩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와이 제도에 있는 미드웨이 섬은 새들의 낙원이라 불리는데, 이곳에서 매년 4만 마리의 레이산앨버트로스 새끼가 플라스틱 섭식 때문에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성체 앨버트로스는 플라스틱을 먹어도 역류로 토해낼 수 있지만 새끼 앨버트로스들은 생후 5개월이 되어 첫 역류를 시작하기 전에 너무 많은 플라스틱을 먹은 경우 소화관이 막혀서 죽는다. 1997년의 연구에 따르면 죽은 레이산앨버트로스 새끼의 97.6퍼센트가 뱃속에 플라스틱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 밖에 많은 바닷새들이 플라스틱을 좋아한다. 2002년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해안으로 밀려온 대형 플라스틱 표류물 중 80퍼센트가 바닷새에 의해 쪼아진 상태였으며 바다오리의 95퍼센트, 푸른바다제비의 93퍼센트, 북방풀머갈매기의 80퍼센트가 플라스틱을 삼켰다고 한다. 바다거북도 플라스틱을 즐겨 먹는 동물 중 하나이다. 지중해에서 실시된 연구 결과, 연구를 실시한 바다거북의 80퍼센트가 해양 쓰레기, 주로 플라스틱을 삼켰다. 바다거북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해파리인데 비닐봉지(플라스틱 쇼핑백)를 해파리로 오인해 즐겨 먹기도 한다. 1970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었던 플라스틱 쇼핑백이 2011년 한 해 동안 5000억 개가 사용되고 있다. 또 바다거북은 풍선도 좋아해서 굶주린 바다거북이 어떤 색상의 풍선 조각이든 가리지 않고 먹으려 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요컨대, '그들'이 플라스틱을 먹기 시작했고, 먹이사슬에 따라서 우리가 먹게 될 것이다. 아니 먹고 있는 중이다. 당장의 제안은 이렇다.

오늘날 플라스틱은 연간 3억 톤이 생산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의 연간 육류 소비량보다 1500만 톤이나 많은 양이다. 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포장재로 전체 합성수지 생산량의 3분의 1을 소비하고 있고, 두 번째 분야는 건축 자재이다. 플라스틱 제품과 포장재의 양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무어 선장은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모두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대기업들은 플라스틱 오염의 책임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무어 선장은 독일의 그린닷(green dot) 프로그램처럼 플라스틱 포장재를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생산자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하고 사용한 물건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경제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라스틱이 지구에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 그 결과가 무엇일지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뿐이다.”

그렇게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플라스틱 바다'의 시대를 살게 되었다. 그 많은 쓰레기들이 어디로 갔을까, 궁금했는데, 지구 바깥으로 가지 않은 이상 결국은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이치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13. 0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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