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극단 '코끼리 만보'의 연극 <말들의 무덤>을 보았다. 한국 전쟁기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창작노트에 따르면 "민간인 학살의 순간들을 직간접적으로 겪고 견뎌야만 했던 생존자들의 증언과, 학살의 순간을 바라본 또 다른 타자들의 증언, 사진 등의 이미지 증언을 토대로 구성된 연극"이다. 역사의 상처에 대한 윤리적 책임과 그 연극적 형상화라는 미학적 물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지난주에 주간경향에서 읽은 리뷰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말들의 무덤>은 한국전쟁 중에 일어난 양민학살을 목격한 증언자들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그동안 침묵되었던 역사를 연극적으로 복원한 작품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먼저 전쟁이란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이면에 ‘사라져간 사람’과 ‘사라짐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음에 주목한다. 한국전쟁 기간 중 소리 없이 사라진 존재들과 이들의 죽음을 목격한 채 살아가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말과 기억을 현재의 시간, 그리고 무대라는 공간 속에서 복원하고자 하는 것이다. 때문에 작품의 구성 역시 서사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한국전쟁 양민학살 목격 녹취록을 13명의 배우들이 재현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21세기를 살아가는 배우 자신이 한국전쟁 중 죽어간 사람들을 그들의 ‘말’로 기억하고 복원해내는 구성이다.

이 작품을 위해 배우들은 진실화해조사위원회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인터뷰 자료와 녹취록을 조사, 연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말’로 다듬어내는 긴 과정을 거쳤다. 단순히 배역을 맡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 스스로의 적극적인 의지와 능동적인 참여를 필요로 하는 이러한 방식은 공동창작을 지향하는 극단 코끼리만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오랜만에 공연되는 이들의 신작 <말들의 무덤>은 비록 느린 발걸음일지언정, 삶 자체를 재현하는 연극보다는 삶의 틈새와 여백, 삶에서 채워지지 않은 앙금 같은 것을 무대에 그려내고자 하는 극단 코끼리만보의 묵직한 행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9월 6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김주연_연극 칼럼니스트)

 

팸플릿에는 작품에서 인용된 녹취록과 사진, 영상 등의 출처가 밝혀져 있는데, 그 중 몇 권을 같이 모아놓는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위해서라면 이런 연극이야말로 단체관람이 필요하다...

 

 

 

13. 0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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