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때문에 같이 묶은 책 두 권이다. 최태섭의 <잉여사회>(웅진지식하우스, 2013)와 대니얼 액스트의 <자기 절제 사회>(민음사, 2013). 각각 부제는 '남아도는 인생들을 위한 사회학'과 '유혹 과잉 시대 어떻게 욕망에 대항할 것인가'이다.


<잉여사회>의 저자는 온라인 필자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으며 사회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라 한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웅진지식하우스, 2011)를 공저한 전력이 있는데, '잉여 생태계에 탄생'을 다룬 장들이 눈길을 끈다. 같은 세대 필자인 한윤형의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어크로스, 2013)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 비교해가며 읽어도 좋겠다. 암튼 저자의 관점은 무엇인가. 책소개의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저자는 잉여란 ‘젊으나 쓸모없는 백수들’이 아니라, 앞으로 현대 자본주의가 존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만들어낼 ‘거대하나 무기력한 타자’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좀비 혹은 유령 같은 존재’로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를 풍미하는 존재의 대명사가 있어, 어떤 시대에는 노동자였고 어떤 시대에는 신세대였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방식은 그 이전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어떤 누구도 ‘적극적으로 자신을 구현할 수 없는 시대’. 그런 ‘비자발적인 주체’들은 스스로를 대변하는 용어로 ‘잉여’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사라지지도 않고 완벽하게 처리되지도 않는 잉여들이 품은 에너지를 현대 사회의 가능성 중의 하나로 본다. 그 잉여적 에너지의 발현을 가장 쉽게 관찰 가능한 곳인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해 보여준다. 우선 인터넷 공간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소통하고, 놀고, 존재할 수 있는 공유지이다. 저자는 이 인터넷 공간에서 발현되는 잉여 문화의 발생과 생태를 꼼꼼하게 훑어 내리며 잉여들, 나아가 이 사회의 내밀한 회한과 욕망을 파악해간다.


<자기 절제 사회>의 영어판은 미국판과 영국판의 제목이 다른 걸로 보인다. 부제가 공통적인데, '과잉 시대의 자기 절제'. 풀어서 얘기하면 한국어판의 부제대로 '유혹 과잉 시대 어떻게 욕망에 대항할 것인가'이다. 책의 요지는 하나도 복잡하지 않다. 그 무엇보다도 자제력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
미국인 전체 사망률의 50퍼센트를 차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시무시한 암이나 총기에 의한 살인? 아니다. 일종의 느린 자살, 즉 ‘자제력 부족’이 그 원인이다. 전체 미국인 가운데 흡연, 과음, 비만, 위험한 섹스 등으로 죽는 사람이 연간 100만 명에 이른다. 사상 최악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미군 총 전사자가 40만 명임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수치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질병에 스스로를 내맡기고 천천히 죽는 길을 택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 이 책은 자제력이 개인의 성공과 생존의 핵심 요소가 된 현시대를 진단하고, 그 사회적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저자는 자기 절제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을 이 한 권에 담으면서도 지루하게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 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대사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게 될 뿐 아니라 자기 절제를 가능하게 하는 실제적인 힘이 무엇인지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을 모두 읽어야겠다는 욕망부터 자제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 월요일 아침이다...
13. 09.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