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완연한 가을이어서 서늘한 바람이 부는 금요일 밤이다(귀뚜라미 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는군). '불금'이라고들 하지만 내겐 한 주 동안 나온 책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이다. 먼저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중량감 있는 책들 때문에 어렵지 않게 세 명을 골랐다.

 

 

 

먼저, <독서의 역사>(세종서적, 2000)의 저자 알베르토 망겔(망구엘)의 신작 <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에 관한 백과사전>(궁리, 2013)이 출간됐다. 자니 과달루피와의 공저인데, 1200쪽이 넘어가는 엄청난 분량의 책이다. 하긴 인간이 상상한 모든 장소에 관한 사전을 의도한 책이니 그 정도 분량으로 카바한 게 기적적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박식함과 다독에서 상상을 초과하는 저자들이 뭔가 사고를 친 것 같은 책이다. 그 점에서 이걸 옮기고 편집한 이들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는 러시아 작품에 등장하는 몇몇 지명에 대해 자문한 바 있는데, 이렇게 놀라운 결과물이 돼 나오는 것인 줄은 미처 몰랐다. 잠이 안 올 때는 가끔 베고 자도 좋겠다...

 

 

두번째는 러시아사학자 올랜도 파이지스의 <속삭이는 사회>(교양인, 2013)이다. 이 역시 두 권 합쳐서 1000쪽이 넘어가는 분량의 대작. 파이지스는 러시아의 근현대 문화사를 다룬 <나타샤 댄스>(이카루스미디어, 2005)로 국내에 처음 소개됐는데(절판돼 유감스럽다) 흔한 말로 '믿고 읽는' 저자에 속한다. <속삭이는 사회>는 스탈린 시대 소련사회를 총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책.

 

 

'대의를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는 집단적 인간'. 1917년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하고 권력을 쥔 볼셰비키는 새로운 인간형의 창조를 꿈꿨다. 개인적인 것은 곧 부르주아적인 것이었다. 사적 소유는 물론 사적 생활도 있을 수 없었다. 사회주의 유토피아 건설은 인간의 개인주의적 습성에 맞선 끊임없는 '전투'였다. 한 세기의 4분의 3에 걸친 세월 동안 소비에트 러시아는 완벽한 공동체를 향한 열망에 찬 사상 최대의 인간 실험장이 되었다.(...) <속삭이는 사회>는 이 거대한 실험의 대상이 된 보통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스탈린 치하 소련 사회의 실체를 복원한다. 완벽한 공동체를 향한 열망이 불신과 공포에 짓눌려 살아간 2억 인민의 비극으로 귀결되기까지, 평범한 개인들, 가족, 이웃, 친구들의 내밀한 삶이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펼쳐진다.

개인적으로는 하드카바로 된 원서를 구입했던 책인데, 바로 찾을 수 없어서 소프트카바로 다시 주문했다. 러시아 관련서로는 '올해의 책'의 가장 강력한 후보다.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의 신작도 출간됐다(2003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세계종교 둘러보기>(현암사, 2013). <종교란 무엇인가>(김영사, 2012), <종교, 심층을 보다>(현암사, 2011) 등 저자의 종교론과 종교관을 집약한 책들과 같이 읽어볼 만하다. 소개는 이렇다.

<예수는 없다>의 오강남이 인류사에 큰 자취를 남겼으며 현재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계의 종교 12개를 추려 객관적으로 찬찬히, 쉽게 소개한 책을 냈다. 세계 종교들의 창시 배경, 주요 경전, 핵심적인 가르침 등을 역사적 흐름과 맥락에 따라 살피고, 어떤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 알아본다.

이래저래 읽을 거리가 풍성하다. 무거워서 들고다니긴 좀 어렵겠지만...

 

13. 09.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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