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주목할 만한 저작들이 많은데, 일단 두 명의 저자를 따로 묶어놓는다. 일본의 비평가 사사키 아타루와 인도의 지식인 판카즈 미슈라다. 두번째 책이 나왔다는 점이 공통점이고,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책에 주목해서 서평을 쓴 인연이 있다(판카즈 미슈라는 '판카즈 미시라'라는 이름으로 처음 소개됐다).

 

 

먼저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저자 사사키 아타루의 두번째 책이 <이 치열한 무력을>(자음과모음, 2013)이란 (사사키 아타루다운) 제목의 책으로 나왔다(<사상으로서의 3.11>은 공저다). 부제는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대담과 좌담 외 다양한 형식의 글을 한데 모은 복합장르적 책이다. 소개에 따르면, "사사키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로 널리 알려지게 된 이후 기고, 강연, 대담 등 대중적으로 더 많이 활동하였다. 그 결과물들을 ‘아날렉타 시리즈’로 엮어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이번 신작 <이 치열한 무력을>은 그중 네 번째 시리즈며, 일본에서는 곧 다섯 번째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국내에는 박사학위를 단행본으로 펴낸 <야전과 영원-푸코·라캉·르장드르>도 소개될 예정인데, 그의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자로서 매우 기대가 된다(아즈마 히로키의 <존재론적, 우편적>과 함께 젊은 세대 일본 비평가의 기대작이다). <이 치열한 무력을>은 기회가 닿아 미리 읽어보고 추천사를 이렇게 적었다.

 

 

가라타니 고진의 <탐구> 이후에 나를 가장 놀라게 한 일본인 저자의 책이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었다. 일본 최대 비평가라는 평판의 가라타니 고진과는 달리 사사키 아타루는 무명의 저자였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혁명’에 대한 그의 신념과 열정은 가슴까지 뜨겁게 만들었다. 평판과 무관하게 그는 일급이었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이후의 강연과 대담을 묶은 <이 치열한 무력을>은 사사키 아타루를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철학이 난해하다면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과 스즈키 이치로의 타격도 난해하다는 그의 견해에 동의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건 기꺼이 그 난해함의 친구로서 철학과 문학 그리고 비평이 어우러진 인문학의 만찬을 즐기는 일이다.  

 

 

판카지 미슈라도 마찬가지다. 처음 소개된 <거꾸로 가는 나라들>(난장이, 2009)를 흥미롭게 읽은 터라 이번에 나온 <제국의 폐허에서>(책과함께, 2013)에도 자연스레 손이 간다. '저항과 재건의 아시아 근대사'란 부제대로 스케일이 좀 크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양차 세계대전과 냉전,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로 규정되는 20세기사가 아니라 '인도의 세포이 반란,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 오스만 제국의 근대화, 터키와 아랍의 민족주의, 러일전쟁, 중국의 신해혁명, 제1차 세계대전, 파리 강화회의, 일본의 군국주의 탈식민화, 식민시대 이후 민족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의 대두'를 거치며 아시아와 유럽 제국들의 폐허에서 부상한 아시아의 역사이다. 판카지 미슈라는 이 책에서 광대한 아시아 대륙 곳곳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사상가들을 매혹적인 집단 전기 형식으로 묘사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뿌리내리고 살아온 사회를 장악하는 서구의 힘을 두려워하면서도 그 힘을 부러워하고 모방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근대 아시아가 처해 있던 깊은 딜레마를 드러내 보였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아시아가 지적.정치적으로 각성하고 아시아와 유럽 제국들의 폐허에서 부상하는' 성취를 이루어내었다.  

터키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이 " 오늘날 분노하는 아시아인의 할아버지 세대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다. 탁월하다!"고 평했고, 중국 지식인 왕후이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역저 <오리엔탈리즘>을 잇는 <제국의 폐허에서>는 근대 세계의 역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명쾌한 관점을 제공한다."고 적었다. 원서도 주문해서 읽어보려고 한다...

 

13. 09.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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