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금요일' 밤에 '이주의 저자'를 미리 골라놓는다. 이미 내주의 저자들까지 꼽아놓고 있을 정도로 주목할 만한 저자들의 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어서 '이주의 책'보다 먼저 다룬다.

 

 

 

제일 먼저 꼽을 저자는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실비아 플라스. 영국의 계관시인 테드 휴스(휴즈)와의 결혼과 자살 등, 생애 자체도 큰 화제가 됐던 대표적 여성 시인의 전집이 출간됐다.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마음산책, 2013). 남편 휴스의 편집이다. 언젠가 방대한 분량의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문예출판사, 2004)를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는데, 이번 전집 출간도 놀랍다. 개인적으론 시집 <거상>(청하, 1990)을 들춰본 기억이 전부다.

 

 

 

가장 먼저 소개됐던 건 그녀의 유일한 소설 <벨 자>(고려원, 1981)인데, 이번에 <시 전집>과 함께 같이 나왔다. 새 번역본인가 했는데, 문예출판사에서 나왔던 공경희 씨 번역본이 출판사를 옮겼다.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20세기 중반의 미국사회를 조명한 작품"이다.

 

 

문득 <실비아>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떠오른다. 요즘은 뜸한 듯한데, 한때 헐리우드 영화의 단골 주연배우이지 않았나.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두번째 저자는 철학자 마크 롤랜즈. 베스트셀러 <철학자와 늑대>(추수밭, 2012)로 이름을 널리 알린 그의 신작 <철학자가 달린다>(추수밭, 2013)가 이번주에 나왔다. <동물의 역습>(달팽이, 2004)와 <SF 철학>(미디어2.0, 2005)로 처음 소개됐지만 국내에서는 <철학자와 늑대>를 통해 존재감을 갖게 된 저자다. <철학자와 늑대>가 부제대로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였다면, 신작은 "중년의 철학자가 42.195km를 완주하는 동안 달리기와 관련된 기억에 삶의 의미를 대입하고 해석하고 사유하는 과정을 유려한 문체로 그려 보인다."

 

 

달리기에 관한 책이라고 하니까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문학사상사, 2013)와 함께 토르 고타스의 <러닝>(책세상, 2011), 조지 쉬언의 <달리기와 존재하기>(한문화, 2003) 등도 관련서로 떠올리게 된다. 흠, 달리기는 아직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속하진 않는다...

 

 

그리고 끝으로 진중권. 이미 봄에 한번 <서양미술사> 완간을 계기로 이주의 저자로 꼽은 적이 있는데, 놀랍게도 이번주에도 세 권이 나왔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개마고원, 2013), <현대미학강의>(아트북스, 2013)와 <앙겔루스 노부스>(아트북스, 2013). 그나마 모두 개정판이라는 게 놀라움을 좀 눅여준다. '극우 멘털리티 연구'를 표방하는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개정판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사실 이 책은 오래 전에 폐기됐어야 한다. 물론 극우 멘털리티는 사회가 존속하는 한 사라질 수 없지만, 그것이 사회의 주류 담론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상황은 분명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 비정상성이 역설적으로 이미 15살이나 된 이 책의 연명을 도운 셈이다.

예전 유행어로는 '대략 난감'이라고 할까. 여하튼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은 그닥 달콤하지 않다. ''박통 시즌2'에 다시 보는 극우 비판의 정수!'라고 하면 과연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13.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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