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주간경향(1038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가라타니 고진이 신작 <자연과 인간>(도서출판b, 2013)을 읽고 적었다.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세계사의 구조>, <세계공화국>으로 나란히 읽을 만하다. <세계사의 구조>에 대한 프롤로그로, 또 에필로그로 말이다.

 

 

 

주간경향(13. 08. 13) 인간과 자연의 교환관계에 대한 고찰

 

일본의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의 신간이 출간됐다.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의 11번째 책으로 나온 <자연과 인간>(도서출판b)이다. 개인적으로는 ‘가라타니 고진의 모든 책’을 읽을 의사를 갖고 있고, 또 그렇게 해왔기에 <자연과 인간> 또한 기꺼이 손에 들었다. 부제는 ‘<세계사의 구조> 보유’. 고진이 대표작 <세계사의 구조>를 보충한다는 의미인데, 역자는 <세계사의 구조>를 읽기 위한 최적의 입문서로도 추천하고 있다. <세계사의 구조>와 씨름했거나 씨름해 볼 독자에겐 더 없이 유용한 길잡이이자 격려라고 할까. 여러 논문 가운데 표제가 된 ‘자연과 인간’을 통해서 어째서 그러한지 짚어본다.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는 교양양식으로 바라본 세계사의 전개과정을 해명한 문제작이었다. 생산양식의 관점에서 세계사의 전개를 설명한 마르크스의 시도를 보완하면서 동시에 교환양식론이라는 독보적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사상가’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켜준 책이다. 다만 인간과 인간 사이의 교환관계에 초점을 맞춘 탓에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보충하면서 고진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인간의 교환관계의 근저에 인간과 자연의 교환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야를 확대해 보자면, 지구는 엔트로피를 열로 우주에 방출함으로써 정상성을 유지하는 개방계이다. 태양광에서 고온열을 받아들여 저온열을 우주에 방출하는데, 이때 대기의 순환이 발생한다. 그리고 지구라는 시스템 아래에 생명계가 있다. 이 역시 열엔트로피를 대기에 방출함으로써 유지되는 정상개방계이다. 이런 시스템 하에 인간사회가 존재한다. 고진은 이러한 계층구조에서 인간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지구온난화설을 의심하는 이유인데, 역사적으로 지구 대기의 온도 변화는 주로 태양활동의 변화에 의한 것이다. 인간이 과다 배출해낸 이산화탄소에 의해서 지구 전체의 환경 변화가 초래된다고는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인간이 갖고 있는 거라면 원자폭탄이든 원전사고이든 원자력에 의해서 지구를 황폐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 정도다.

 

 

 

고진은 지구온난화설의 대두가 환경론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이것은 자본주의의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함으로써 자본-국가는 석유나 천연가스를 직접 소유하지 못하더라도 그 사용권을 국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그 여파로 1980년대에 고조되었던 반전운동이 시들해졌다는 점이다. 고진이 보기에 그것은 ‘자본-국가에 대한 대항운동의 총체적인 패배’의 결과이다.

 

자본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왜 일어났던가. 세계자본주의는 ‘일반적 이윤율의 저하’에 따라 주기적으로 경제위기에 봉착하게 되는데, 1870년대에는 제국주의로 나아감으로써, 그리고 1980년대에는 신자유주의를 통해서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자본주의의 ‘외부’를 자본주의화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는 제국주의와 닮은꼴이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까지도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돼 경제성장을 달성한 시점에서는 더 이상 ‘외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종언이 불가피한 이유다.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자동적으로 끝나진 않는다. 자본-국가에 대항하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한 번 ‘제국주의 전쟁’을 반복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고진의 전망이다. “사람들이 주권자인 사회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데모에 의해 가능합니다”라는 고진의 메시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13. 0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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