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경합자가 많지는 않았다. 먼저 1978년 흑인 최초로 퓰리처상 소설상을 수상한 작가 제임스 앨런 맥퍼슨의 작품집 두 권이 번역돼 나왔다(이전에 나온 앤솔로지 <직업의 광채>에도 그의 단편 '닥터를 위한 솔로 송'이 수록돼 있다). <외치는 소리>(마음산책, 2013)와 <행동반경>(마음산책, 2013). 

 

 

<외치는 소리>는 1968년에 발표된 첫 단편집이고, <행동반경>은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1977년에 발표됐다. <행동반경>의 소개를 보면, "<행동반경>은 성격과 태도가 다양한 흑인을 등장시켜 획일화된 인종적 편견을 무너뜨린다. 등장인물들이 겪는 문제는 위선, 배신, 기만, 질투, 수치, 우월감 등에서 촉발된 것이기에 흑인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인종적, 사회적, 문화적 차이로 다른 신념들과 부대껴야 하는 그들의 혼란과 태도는 인간의 본질에 맞닿아 있다. 인종과 가치 들이 혼재하는 미국에서의 삶이란 편견과 충돌과 혼란을 껴안아야 하는 것임을, 인종보다는 인간적 고민이 뒤따르는 것임을 12편의 사실적인 이야기로 보여준다."

 

 

제임스 앨런 맥퍼슨의 작품 세계에 대해 서울대 영문과 김성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퓰리처상 수상작가 제임스 앨런 맥퍼슨은 흑인 작가지만 인종차별 문제보다는 인종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로 주위와 단절된 채 살고 있는 미국 소수인들의 심리적 애환과 고립을 오 헨리식 위트와 마크 트웨인식의 유머로 그려냄으로써 미국 흑인 문학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맥퍼슨의 주인공들은 모두 랠프 엘리슨의 소설 제목처럼 미국의 주류 문화에서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면서, 동시에 트웨인의 헉 핀처럼 미국의 관습과 제도로부터 자유로운 방랑아들이다. 그들의 소외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맥퍼슨은 휴머니티를 상실한 현대사회의 우울한 풍경을 예술적·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종래의 사회저항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저항소설인 이 작품을 한국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두번째 저자는 작년부터 소개되고 있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가브리엘 타르드다. "가브리엘 타르드는 에밀 뒤르케임과 더불어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학계를 대표한 사상가였지만, 사후 오랫동안 잊혔다. 1960년대 말 철학자 질 들뢰즈가 ‘미시사회학의 창시자’로 재평가하면서 다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소개가 말해주듯이 프랑스에서도 재발견, 재조명되고 있는 학자.

 

 

이번에 나온 <사회법칙>(아카넷, 2013)은 1897년의 강의를 담은 책으로 "타르드 자신이 쓴 ‘타르드 사회학’과 사회사상의 해설서"이다. 타르드 사회학 입문서라고 해도 좋겠다.

 

  


그리고 정치인 심상정.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웅진지식하우스, 2013)이 출간됐다. 진보정치의 대명사였던 저자가 지난 10년을 회고하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정리한다. 소개는 이렇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누구나 인정하는 정치인 심상정. 그는 오늘의 한국을 만든 ‘일하는 이들’과 함께 25년 동안 노동운동을 해왔으며,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들어간 이후 한국 진보 정치의 가장 뜨거운 국면마다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런 그가 지난 10여 년의 진보 정치를 돌아보며, 진보를 둘러싼 숱한 편견, 오해, 한계에 대해 놀랍도록 솔직하게 대답한다. 그와 함께 진보의 실패와 성공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정치의 본질, 진보의 존재 이유, 한국의 시민들이 가져야 하는 긍지, 그리고 우리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원칙과 희망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앞으로 부상할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들을 짚어내고 있다.

한국의 현실정치와 진보정치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박원순, 오연호의 대담집 <정치의 즐거움>(오마이북, 2013)과 함께 필독해볼 만하다...

 

13. 08.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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